문화재 약탈國끼리 소유권 다툼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8시 36분


“약탈 문화재는 그 이유나 상황을 막론하고 원 소유국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제대로 보존하고 있다면 그것이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인가. 전세계인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면 그만 아닌가”

2차대전 직후 러시아가 독일에서 약탈해갔던 문화재의 반환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러시아가 약탈해간 문화재는 1870년대 독일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이만이 트로이 유적에서 발굴한 프리아모스왕의 보물 등 약 200만점. 독일은 특히 슐리이만이 발굴한 유물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올 7월 문화재를 돌려줄 수 없다며 ‘약탈문화재 반환 금지법’까지 만들었다. 푸시킨박물관측은 아예 “우리가 약탈당한 것도 있는데 왜 우리가 돌려줄 문화재만 문제 삼는가”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독일이 과연 문화재반환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회의하는 이들도 있다. 독일 역시 나치시대 주변국의 문화재를 다수 약탈했기 때문.

약탈 문화재 반환은 독일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숱한 문화재를 약탈했던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측은 “슐리이만이발굴한문화재가독일로 반환될 경우, 어떤 혼란이 야기될지 모른다”며 자신들에게 미칠파급효과를걱정하고있다.

영국 대영박물관도 생각이 비슷하다. “우리는 당사국보다 문화재를 더 잘 보존할 수 있다. 후진국에 그대로 두었으면 도굴 등으로 인해 심하게 훼손됐을 것이다”고 주장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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