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고 美입양 미아 스미스, 19년만에 모국 찾아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9시 32분


그녀의 미국 이름은 미아. 공교롭게도 한국어로 길을 잃은 아이를 뜻하는 미아(迷兒)와 같다. 그는 그 의미를 19년만에 돌아온 조국에서 배웠다.

그리고 그 단어의 의미를 아는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뒀던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19년간 자신의 생부모를 생각하면서도 단 한번도 흘리지 않던 눈물이 그녀의 볼을 흠뻑 적셨다.

미아 스미스. 미국 UCLA대 4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해군 ROTC생도다.

하지만 미아는 자신의 정확한 생일과 진짜 이름도 모른다. 그는 80년2월24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주택가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상태에서 발견됐다. 당시 3세 가량으로 추정됐던 미아는 원주 영아수용소에서 김미숙이라는 이름과 77년8월20일이라는 생일을 ‘부여’받았다.

80년8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리샌튼으로 입양된 그에게는 한국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끔 생부와 생모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곤 했지만 자신을 저버린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시간낭비일 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6월 마침내 교환학생으로 연세대 어학당을 찾으면서 19년만에 모국땅을 밟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해군장교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기 전 자신의 뿌리를 한번 돌아보자는 마음뿐 부모를 찾겠다는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에 흐르는 따뜻한 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8월 미아는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았다가 자신이 ‘버려진 아이’(기아·棄兒)가 아니라 단순히 ‘길 잃은 아이’(迷兒)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부모님들이 저를 애타게 찾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설사 제가 버려진 아이더라도 이제는 그분들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연락처 02―361―4715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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