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먼특사 방북 의미]페리조정관 방북 사전정지

  • 입력 1999년 5월 14일 06시 52분


미국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가 13일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포괄적 대북협상안을 놓고 한미일 3국과 북한간에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카트먼 특사의 사실상 방북목적이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이 작성한 대북 권고안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인 대화는 이달 말로 예정된 페리 조정관의 방북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7일 카트먼 특사의 방북목적에 대해 “18일 방북하는 금창리 현장조사단 활동과 관련한 사전 협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금창리 조사단의 활동에 대한 북―미(北―美)간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카트먼 특사가 북한에 들어가는 시점에 그의 방북목적이 페리 조정관의 방북을 위한 사전 협의라는 사실이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에 의해 확인됐다. 그렇다면 미 국무부가 전략적 고려에서 ‘연막’을 피웠다는 얘기가 된다.

카트먼 특사가 페리 조정관이 작성한 대북 권고안을 북한측에 사전 브리핑하는 것은 다목적 카드다. 우선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협상 진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을 둘러싼 한미일 3국과 북한간의 협상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3국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북―미 뉴욕협상에서 북한측은 페리 조정관의 김위원장 면담 요구에 확답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측에 포괄적 협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김위원장과 페리 조정관간에 실질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카트먼 특사가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측이 사전에 대북 권고안의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페리 조정관과의 대화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카트먼 특사는 대북 권고안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을 탐색하고 이를 한미 양국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트먼 특사의 방북은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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