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리타(成田)공항 제2활주로 공사를 둘러싸고 13년이나 끌어온 정부와 지주 2명의 싸움이 결국 지주의 승리로 끝났다. 운수성은 10일 “2000년까지 새 활주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단념한다”고 발표했다.
나리타공항 분쟁의 역사는 길다. 정부는 66년 활주로 3개로 공항을 열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누구 맘대로”라며 반발했다. 땅도 내놓지 않았다. 78년 겨우 1개의 활주로로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실책을 사과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하나 둘 땅을 팔고 고향을 떠났다. 86년 일단 확보된 땅으로 제2활주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93년 2천5백m로 만들기로 한 활주로 중 1천m를 완공하고 공사는 중단됐다.
그 후 정부는 새 활주로 예정지에 땅을 갖고 있는 농민 2명에게 매달리다시피 했으나 “정든 땅에서 여생을 마치겠다”는 뜻을 결국 꺾지 못했다.
운수성은 활주로 거리를 2천2백m로 줄여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까지 완성하는 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단거리 활주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2명의 지주가 더욱 반발해 협상의 여지마저 없어질까봐 운수성은 계속 고민중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