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삼영기계, 美대기업 상대 5년재판 승소

  • 입력 1999년 5월 7일 20시 01분


자그만 지방 중소기업이 미국 법정에서 미국 대기업을 상대로 5년간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루한 법정싸움을 끝낸 회사는 대전 대화동의 삼영기계. 연간매출은 70억원에 불과하지만 용접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엔진부품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으로부터 미국 유력 철도관련업체인 MK레일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사실상의 승소판결을 받았다.

소송의 발단은 MK레일사가 94년 삼영기계로부터 납품받은 철도기관차용 엔진부품인 실린더라이너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 불완전연소 현상이 생기고 피스톤과 실린더라이너가 늘어붙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

삼영기계 한금태(韓今泰·58·사진)사장은 즉시 미국으로 건너가 MK레일사의 엔진을 연구, 미국산 연료분사장치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MK레일사측의 태도는 단호했다. 미국제품에 결함이 있을리 없다며 삼영에 1백40만달러의 손해배상과 변호사비용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냈다.

돈도 문제지만 소송에서 지면 미국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한사장은 자사 제품이 결함 누명을 쓰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미국 판매대행사와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대응했지만 MK레일사와의 관계지속을 원하는 판매회사는 한사장 편이 아니었다. 판매회사는 삼영 제품의 결함을 시인하는 편지를 MK레일사에 보냈다. 변호사도“소송에승산이없다”며 불리한 합의를 종용했다.

MK레일사측이 제시한 합의조건은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납품가격을 절반이하로 낮추고 전세계 판매권을 넘겨줄 것, MK레일사 직원을 삼영에 파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예 삼영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속셈이었다.

한사장은 판매회사와 별도로 교포변호사 2명을 새로 선임하고 한달 이상 미국에 머물면서 재판에 매달렸다. 하루 1, 2시간씩 자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증거를 확보했다.

마침내 미국 법원은 “삼영 제품에는 결함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무명의 한국 중소기업이 25만달러의 비용과 5년의 시간을 쏟아가며 미국 대기업과 맞서 싸운 끝에 얻어낸 개가였다.

한사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미국 법에 무지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끈기와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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