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남아共본사사장 피살…숙소앞서 총맞아 숨진채 발견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05분


종합상사 ㈜대우의 남아프리카 지역 본사 사장 권용구(權容九·50)씨가 2일 밤 숙소 주차장 앞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대우본사는 3일 새벽 3시경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 시내 자신의 숙소 주차장 앞에서 권씨가 총을 맞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 본사의 최호준차장은 기자와의 국제전화통화에서 “새벽에 권사장이 피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출근,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현재 사건경위를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대우현지 직원 피터 코에체 영업담당 총괄부장에 따르면 권사장은 전날 밤 늦게 회의를 마친다음 부근 레스토랑에서 김영선(金永善)남아공주재 한국대사와 함께 식사를 하고 2일 밤 10시경 귀가했으나 3일 새벽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 하숙집 주인인 한국교포가 새벽3시경 주차장에 나가보니 권사장이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었다는 것.

권사장은 오른쪽 귀부근에 권총 한발을 맞았으며 범인은 차창 밖에서 운전석의 권사장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현지경찰은 추정했다.

사망시간은 밤 10시반쯤인 것으로 현지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남아공 경찰은 전날 오후 10시반경 주차장 주변에서 총소리를 들었으며 흑인이 급히 도망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된 권사장은 대우가 작년 1월 남아프리카 지역 본사를 개설하면서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으며 요하네스버그의 백인 거주지역에서 한국인 교포가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생활해 왔다.

한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108동503호 권사장의 자택에는 이날 오전 11시경 대우측으로부터 사고소식을 전해듣고 부인 윤씨가 곧바로 실신, 친척들의 간호를 받고 있으며 친가와 외가의 가족 20여명이 몰려들어 발만 동동 거리고 있는 상태.

27일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경제학부에 합격한 권씨의 둘째아들 태욱(泰旭·18)군은 “아버지가 전화로 합격소식을 전해듣고 ‘기특하다’며 무척이나 기뻐하셨다”며 목놓아 통곡.

큰아들 상욱(相旭·25·고대 중문)군도 “현지로 부임한지 1년여만인 지난해 12월 집에 돌아왔을 때 활기넘치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 가족들에게 자상하고 성실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명재·김태윤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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