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공업협회 해체 선언…M&A 열풍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9시 07분


“미국자동차공업협회가 독일기업을 위해 로비활동을 할 수 있나.”

미국 산업계 최대 로비단체의 하나인 미국자동차공업협회(AAMA)가 23일 해체를 공식 선언, 98년에 걸친 역사를 마감했다.

1900년에 발족한 AAMA의 해체는 대륙과 국경을 뛰어넘는 전 세계적 인수합병(M&A)붐의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AAMA는 올 5월 독일 다임러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합병을 선언한 이후 고민에 휩싸였다.

그동안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회사(빅 스리)의 이익을 대변해 왔으나 이제는 사실상 독일기업이 된 크라이슬러사의 이익을 위해서도 미국정부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해야 할 처지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크라이슬러를 뺀 채 GM 포드만을 회원사로 남겨두기도 어려웠다. 크라이슬러 공장은 고스란히 미국에 남아 있고 근로자들도 모두 미국인인 점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처럼 진퇴유곡에 빠지자 결국 AAMA는 해체의 길을 택했다.

AAMA의 해체는 국경없는 글로벌 경제체제의 대두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3월 미국 최대 출판사중 하나인 랜덤하우스를 인수한 독일 베델스만사의 토마스 미들호프사장은 “기업을 더 이상 국경에 따라 분류할 수 없다”며 “오로지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해 글로벌 경제시대의 도래를 상징적으로 역설했다.

기업의 국적이 모호해지면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각종 협회는 기반을 잃게 된다. 회원 기업들의 국적이 뒤섞이게 되면 입장도 다양해져 이익단체가 특정한 정부를 상대로 일률적인 목소리를 내기 곤란해지기 때문.

AAMA는 그동안 일본산 자동차의 수입규제, 한국자동차시장 개방압력 등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단체가 없어짐에 따라 대한(對韓)통상문제에 있어 미국업계의 입김이 다소 약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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