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訪日 이모저모]규슈대서 일본말로 강연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30일 일본 규슈(九州)대 특별강연에서 “일본은 이제 리더(Lead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40여분이 소요된 강연과 청중에 대한 감사인사는 물론 일본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단 한마디도 한국말을 하지 않았다.

○…김총리가 유창한 일본말로 강연을 끝내자 규슈대 교직원과 학생 등 1천5백여 청중들은 기립박수. 법학부 조교라는 사카이 리에코(境理惠子)는 “예상했던 것보다 일본어가 훌륭해 깜짝 놀랐다”며 “한국의 유명 정치인이 공식석상에서 일본어로 연설한 것이 한일관계 발전에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촌평. 다른 일본 대학생들도 “아시아의 통합을 강조한 연설내용도 가슴에 와 닿았다”“좋은 동문을 두게 돼 기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유학생들은 한국정치인의 일본말 연설이 낯설게만 느껴졌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총리는 학위를 받은 후 “30여년 동안 한일관계 발전에 미력이나마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준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했다. 김총리는 이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당시 국내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치생명을 걸었으며 그 때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회고.

규슈지역의 명문 규슈대는 90년이 넘는 학교역사를 통해 김총리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5명의 국내외 지도자들에게만 명예박사학위를 주었다. 김총리에게 주어진 학위도 20년만에 처음으로 수여된 것. 김총리는 이 대학 관례대로 양복 차림으로 학위를 받았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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