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통화-무역분야 「勢싸움」치열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9시 01분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통화 무역분야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출범하는 EU의 단일통화 유러(Euro)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미국이 EU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자 EU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통화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최근 EU에 대해 ‘바나나 전쟁’이라는 강력한 견제구를 던지고 ‘광범위한 보복관세’ 등 강공을 펴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통화전쟁〓국제자본 흐름에서 유럽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1년의 13%에서 95년에는 37%로 높아진 반면 달러화의 비중은 67%에서 40%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유러가 앞으로 5년이내에 국제 채권발행의 표시통화로서 달러화와 각축을 벌이면서 달러화의 독점적 위치를 깨고 통화패권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유러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나나 전쟁〓미국 무역대표부는 10일 “EU가 올해 말까지 바나나에 대한 차별적 수입규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광범위한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치즈 와인 화장품 인형 전자제품 등을 대상품목으로 발표했다.

EU가 유럽에 바나나를 수출하는 나라중 태평양 등에 있는 영국과 프랑스 옛 식민지 국가에 특혜를 주고 있으며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바나나에 대한 수입제한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

이에 대해 프랑스정부가 12일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조치는 대서양권의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EU집행위도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에의 제소의지를 밝혀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기만기자〉key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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