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無用論」 힘실린다…세계 반도체경기 호전

입력 1998-11-03 19:31수정 2009-09-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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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와 LG반도체간의 반도체 빅딜협상이 갈수록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세계 반도체 경기가 호전됨에 따라 양사는 독자경영을 통한 경쟁력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내심 빅딜 불가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현대와 LG는 전경련이 공표한 이달말 반도체 통합 완료시점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다음달중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각각 5천억원, 4천2백50억원의 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힘겨루기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LG측은 “현대가 기아자동차 인수에 이어 금강산 개발사업 등 대북경협의 주도권을 확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만큼 반도체는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 특히 LG는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받던 히타치가 감산을 시작, 주문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빅딜 무용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전자는 “기아자동차는 부실업체를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받은 것이며 대북사업도 그룹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이지 빅딜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현대는 또 최근 ‘분사관련 사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LG반도체와 합병을 성공시키려면 반도체만을 존속시키고 다른 분야는 독립시킬 수밖에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증자공세를 치고나온 것도 명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심산.

현대는 이번 증자로 부채비율을 935%에서 400%대로 낮추겠다는 생각이고 LG도 617%에서 300%대로 내려 경영주체 선정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도체 통합의 시작단계인 실사작업을 맡을 컨설팅업체 선정에서부터 팽팽히 맞서자 협상 중재역을 맡은 전경련이 다급해졌다.

컨설팅업체 선정은 당초 지난달 26일까지 확정키로 돼있었으나 3일 양사 실무협상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제5차 정재계간담회가 열리는 5일 이전에 컨설팅업체 선정문제를 마무리 짓되 협상이 완전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양사 통합효과에 맞먹는 전략적 제휴를 제안해 놓은 상태. 양사가 연구개발 등 투자를 비롯해 생산 판매까지 강력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양사는 “전략적 제휴야 말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성사되는 것인데 강제성을 띤 제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반도체 협상이 표류하면서 속이 타는 것은 현대와 LG 양사의 경영진.

예년같으면 지금쯤 양사 모두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할 시점인데 협상추이에 온신경이 쏠려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두회사 실무진은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그나마 톱레벨의 기술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반도체가 거의 유일하고 어찌됐든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품목이 아니냐”며 “더욱이 그동안 죽을 쑤던 반도체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삼성 현대 LG 3사체제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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