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들,「日 도시바 배우기」붐…지주회사 모델케이스

  • 입력 1998년 4월 29일 19시 13분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가 한국 재벌들의 지주회사 모델케이스로 떠올랐다.

정부가 최근 순수지주회사의 조건부 허용방침을 밝힘에 따라 일 제조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도입을 선언한 도시바 사례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

28일 전경련에 모인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도 조만간 순수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될 것으로 판단, 도시바 사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설립이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도시바의 ‘기업 쪼개기’〓도시바의 지주회사 안은 기업분할에 초첨을 맞춘 것이 특징. 전 사업부문을 순수 지주회사와 AV(영상음향)기기 정보통신 전자부품 등 6∼8개 사업회사로 분할, 재편성한다는 것. 6월 이사회 개혁을 시작으로 경영의사결정과 집행을 분리하는 구미형 기업으로의 변신을 2002년 완성한다는 청사진이다.

도시바의 변신은 일본식 ‘종합경영’이 세계적인 전업화(專業化)추세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른 것. “청소기에서 원자력발전소까지를 한 기업에서 취급하다보면 의사결정이 늦어져 각 사업부문의 세계적인 경쟁자와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게 도시바측 배경 설명.

▼순수 지주회사 도입의 찬반론 대두〓삼성 LG 등 주요 그룹들은 수년전부터 지주회사 도입의 효과분석을 마친 상태.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이후 지주회사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관련 전담팀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전경련에선 “지주회사가 도입되면 기업의 진입 퇴출이나 지배구조 투명화 등이 훨씬 용이해져 구조조정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제는 공정위가 내건 전제조건중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 현재 대그룹 내부 지분율이 30% 미만이기 때문에 거액을 들여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얘기. L그룹 고위관계자는 “공정위의 방침대로라면 굳이 사업지주회사를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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