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③]日 「동전지갑」문화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30분


한국기업의 일본 도쿄(東京)주재원 K씨는 일본 근무 첫날 식당에서 생소한 광경을 보았다. 먼저 부임한 회사 동료들이 양복 주머니에서 일제히 동전지갑을 꺼내 계산대로 나가지 않는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일본인 대기업 간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선 동전이 주머니속에서 짤랑거리면 서랍 또는 거실 아무데나 꺼내놓고 지폐만 갖고 다니던 K씨. 도쿄 생활 며칠만에 난생 처음으로 동전지갑을 마련했다.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할 때 10엔짜리는 물론 우리돈으로 11원꼴인 1엔짜리 동전까지 주고 받아야 하는 일본식 상거래를 겪으면서 동전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 1엔짜리 동전도 돈으로 대접을 받는 것은 거래에 따라붙는 소비세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나 기업이 동전 사용을 장려한 때문이기도 하다. 5백원짜리 동전조차 홀대받는 ‘통 큰 나라’ 한국과 대조적이다.

일본인의 동전지갑을 보고 대부분의 한국인은 처음에 ‘역시 듣던대로 일본인은 통이 작구나’라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조금 더 알게 되면 ‘아하, 그게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바뀐다.

“거대한 경제력, 세계 최고수준인 상품의 질. 그 바탕은 1엔도 소중히 여기는 꼼꼼함과 경제마인드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십억엔의 바탕도 따지고 보면 1엔일 테니까요.”

K씨는 요즘 일본의 동전지갑문화를 부러움과 두려움으로 바라본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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