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수하르토 독재『금가는 소리』…IMF가 「일등공신」

  • 입력 1998년 1월 12일 19시 49분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의 32년에 걸친 철권통치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대외채무 불이행(모라토리엄) 선언 직전에 몰린 경제위기가 한 세대에 걸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진전시킬 가능성을 높인 것. 그리고 이 과정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제통화기금(IMF)이 크게 일조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가 수하르토대통령의 하야요구로 비화하기 시작하는 등 정정(政情)불안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피아화의 폭락으로 전국적으로 사재기 열풍이 불고 군부 쿠데타설과 수하르토 망명설까지 유포됐던 최악의 상황은 IMF가 지원약속을 한 뒤 다소 나아졌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IMF가 수하르토정권이 당장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줬지만 인도네시아에 대한 IMF의 금융 및 재정개혁 프로그램은 결국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하르토정권의 오랜 장기집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치자금의 원천인 수많은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지배 및 소유는 IMF가 요구한 개혁에 따라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수하르토대통령의 차남 차녀 이복동생이 소유하고 있던 3개의 은행 등 16개의 부실은행은 이미 문을 닫았다. 수하르토는 8일 올해 3월의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전년대비 32%나 증액한 올해 예산안을 재검토하고 15건의 대형 국책공사를 연기할 것임을 밝혔다. 이같은 대형 사업의 연기 및 축소는 바로 수하르토 일족의 영향력 약화와 직결된다. 〈윤성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