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외상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현 상황이 「경제위기」가 아닌 「금융위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고질적인 관치금융을 고치고 경제구조 개혁을 단행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선거에서는 40.3%를 얻었지만 최근 일련의 경제대책에 대해선 80% 이상이 지지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부치외상은 『한국의 잠재력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일본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오부치외상은 이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고견을 들려달라』며 화제를 남북한 및 한일관계로 돌렸다. 김당선자는 이에 대해 △선평화 후통일 △사문화된 남북합의서 실천 △흡수통일 지양 등 평소의 지론을 풀어 놓았다. 그러면서 『북한이 일본 미국 등과 국교를 맺는데 반대하지 않으나 이는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병행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오부치외상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배석했던 손세일(孫世一)국민회의의원은 오부치외상이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임을 들어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과 일본의 차기 총리후보간 「탐색전」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오부치외상은 면담을 마치며 품안에서 편지 한통을 꺼내 눈길을 끌었는데 이 편지는 일본 외무성을 출입하는 한 일본 여기자가 김당선자에게 보내는 「팬 레터」였다고 손의원은 전했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