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大選계기로 본 권력구조]대통령권한은 「쥐꼬리」

  • 입력 1997년 5월 22일 19시 59분


이슬람교의 교리와 율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종교지도자와 대통령간에 권한의 한계와 국정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23일 실시되는 이란의 대통령선거에서 이 점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란은 물론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료임면권과 일부 행정부의 통할 등 미미할 뿐이다. 이나마 대통령의 권한은 많이 회복된 셈이다. 79년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교혁명후 「20세기판 신정일치(神政一致)체제」로 바뀌었다. 신정일치는 알라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호메이니에 의해 율법이 통치이념으로 자리잡는다. 종교적으로 훌륭한 인물을 대(大)아야툴라(최고지도자)로 뽑아 국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이런 통치체제는 89년 호메이니 사후 완화됐다. 그해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다소 확대했다. 그렇지만 아야툴라의 권한은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헌법상 이슬람교율법이 통치의 기본이념으로 설정된 제도에서 「최고(종교)지도자」는 문자 그대로 최고의 통치자다. 「최고지도자」는 정치와 군사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가지며 종교적으로도 최종적 심판을 내리는 신(神)적인 존재다. 이 최고지도자는 행정부 감독은 물론 군통수권, 국민투표 제청권, 심지어 전쟁선포권 등 대통령제의 국가원수가 갖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대통령도 해임할 수 있고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사회정책도 회교교리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한다. 〈조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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