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업소, 「잘나가는 남녀」 유치경쟁…여자엔 할인혜택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강수진기자] 「치수(治水)에 힘써라」. 장마철 재해대책본부의 구호가 아니다. 배낭여행자 모집 여행사, 나이트클럽, 록카페 등 젊은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업체에서는 「물관리」가 영업을 좌우하는 만큼 「잘 나가는」 남녀를 유치하는데 신경을 쏟는다. 회사원 임민아씨(25)는 지난 여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A여행사에 전화했다. A여행사는 젊은층 사이에서 물좋기로 소문난 곳. 여행사직원은 『배낭여행 성수기라 자리가 없다』고 대답한 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물었다. 『E여대를 졸업했다』고 하자 직원은 『혹시 자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집은 어디냐』고 다시 물었다. 임씨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라고 대답하자 직원은 『그럼 문제없다,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는 것. 임씨는 『요즘 배낭여행사들이 「물관리」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물좋기로 소문난 여행사의 경우 나이가 어리고 서울 시내에 있는 좋은 대학에 다니지 않으면 배낭여행에 끼워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관리」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에서 예쁜 여성이나 돈 씀씀이가 큰 젊은 남성들만 출입시켜 「킹카」 「퀸카」들의 아지트가 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 물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은 록카페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들. 『물이 흐려졌다』 『물이 지저분하다』는 소문이 나면 곧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영업과 직결돼 있는 곳이기 때문. 요즘 서울에서 잘 나가는 나이트로 꼽히는 힐튼호텔 파라오의 김천홍지배인은 『나이트클럽에서는 남녀의 비율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6대4, 7대3으로 맞추는 것이 물좋은 나이트가 되기 위한 「황금비」. 『일단 「물」좋은 여성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남성고객이 늘어난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 나이트클럽에서는 여성에게는 할인혜택을 주거나 꽃다발 칵테일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연예인 유치도 효과적인 물관리방법. 『에 탤런트 △△가 왔더라』는 소문이 나면 젊은층이 우르르 몰리기 때문. 최근 문을 연 스위스그랜드호텔 나이트클럽 바발루측이 탤런트 이정재,오연수 등에게 멤버십카드를 무료로 준 것이 그 예다. 신촌에 있는 록카페의 경우 개업초기에는 물관리를 위해 예쁜 여성과 잘생긴 남성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기도 한다. 압구정동이나 대학로에 있는 포켓볼장이나 물좋은 일반 카페의 경우 30대만 돼도 『자리가 찼다』며 「뺀찌 먹기」일쑤. 「뺀찌먹다」는 거절당했다는 뜻의 젊은이들의 은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남자 30세, 여자 25세이상만 출입시키는 카페가 등장하는 등 물관리의 「역조(逆潮)」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