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세비치 대통령부인 「세르비아의 엘레나」 전락위기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4분


「朴京娥 기자」 「세르비아의 힐러리」로 불리는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대통령의 부인 미르야나 마르코비치(55)가 「세르비아의 엘레나」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해 11월 밀로세비치 정부가 14개 도시의 지방선거결과를 무효화한 뒤 두달이상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르비아 반정부 시위대의 타깃이 밀로세비치에서 「마르코비치 타도」로 확대되고 있다. 야당 연합인 자예드노(다함께)지도자들은 군부에 대해 마르코비치가 당수로 있는 유고슬라비아 좌파연합(JUL)지도부의 체포를 촉구하고 있다. JUL은 밀로세비치의 세르비아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야당지도자 부크 드라스코비치가 시위대의 요구를 밀로세비치가 계속 거부할 경우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 긴장감이 감도는 세르비아는 지난 89년 차우셰스쿠 정권 붕괴때의 루마니아를 연상시키고 있다.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아내 엘레나를 제2인자로 해 권력을 탐식하다 민중봉기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뒤 아내와 함께 총살됐다. 세르비아 시위대는 마르코비치가 밀로세비치의 강경정책을 배후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밀로세비치는 최근 사태로 당내 지지기반을 잃고 있어 시위대에 강경한 입장인 아내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과 숙부가 유명한 빨치산 지도자로 뿌리깊은 좌익이념 신봉자인 마르코비치는 지난 95년 밀로세비치에게 민족주의 노선을 포기하도록 영향력을 발휘,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대한 지원을 중단케 해 보스니아 내전이 끝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널리 알려졌다. 마르코비치가 대중잡지 두가에 연재하는 칼럼은 「세르비아정가의 풍향계」로 불릴 정도였다. 마르코비치의 칼럼이란 「도마」위에 올랐던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에게는 지원이 중단됐고 극우민족주의자 보이슬라브 세셀리는 체포됐다. 베오그라드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마르코비치는 한동안 모교에서 교수생활을 했으며 같은 고향출신인 남편이 89년에 이어 92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남편의 후광을 업고 정계에 진출해 남편의 민족주의와 이념이 다른 JUL을 결성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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