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첫 각료회의 전망]의제마다 이해대립 진통예상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싱가포르〓許承虎기자」 9일 싱가포르에서 개막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작년1월 출범한 후 처음 열리는 회의로 향후 다자간 무역체제의 발전방향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백27개 회원국의 통상장관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대표 등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우선 앞으로 WTO에서 다룰 작업계획을 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의제마다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맞물려 WTO회원국들은 이번 싱가포르 각료회의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의제논의 등 준비작업을 해왔으나 분야별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투자 경쟁 부패 노동기준 등 뉴이슈 △환경 등 후속협상 △섬유 등 3개 사안이 가장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으로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인 논의가 있을 예정. ▼뉴이슈〓새로운 의제를 WTO에서 다룰 것인가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참가국간에 심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통상의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우루과이라운드(UR)와 같은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뉴 라운드)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경쟁 부패와 관련해서는 각료선언에서 실무적 언급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노동조건에 관해서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구체적 결론까진 힘들 것으로 보인다. ▼투자〓시장개방이 무역뿐 아니라 투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은 WTO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나 미국은 『더욱 강력한 투자자유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OECD의 다자간 투자협정에 비중을 두면서 WTO에서는 교육적 성격으로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과 아프리카국가들은 UNCTAD가 적절한 논의의 장이라는 이유로 WTO논의조차 반대하는 입장. ▼경쟁정책〓공정거래에 관한 제도를 다자간 규범으로 정하자는 것으로 홍콩 등 개도국과 일본이 「선진국이 남용하는 반덤핑에 대해 따져보자」며 적극적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담합금지만 논의하고 반덤핑은 피해가려는 입장. 우리도 선진국의 반덤핑남용을 규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원하고있지만미국의 반대가 심해 구체적인성과는거두기 힘들 전망. ▼노동조건〓「인권보호」의 명분아래 개도국의 열악한 노동기준과 임금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로 미국과 노르웨이가 적극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 등 개도국은 『개도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위장된 보호무역주의적 의도』라며 WTO는 적절한 논의의 장이 아니라는 입장. 각료선언의 정치적 선언으로만 포함될 전망이다. ▼부패〓「타국 관료에게 뇌물을 준 자국 상공인을 처벌하는 법을 미국만 가지고 있어 미국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미국이 제기한 의제. 미국입장에 대해 개도국은 반대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이 지지하고 있어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무역과 환경문제는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논의결과를 보고서형태로 제출하도록 돼 있으나 그간 논의과정에서 견해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실질적인 결론보다는 추후논의에 대비한 주도권다툼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무역환경위원회(CTE)를 상설기구화해 논의를 진척시키겠다는 정도로 종결될 예정. 그간 논의과정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될 예정이나 결론은 없이 각국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섬유〓파키스탄 홍콩 등 섬유수출국들은 섬유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 통합, 수입국들의 부당한 교역제한에 제동을 걸고 싶어하지만 미국 유럽 등은 「그렇다면 우회, 환적행위 등 수출국의 협정위반도 함께 따져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도 섬유수출국이긴 하지만 이미 다량의 쿼터를 확보하고 있어 개도국과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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