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도 압수수색… 경찰 “자료 2000장 분류없이 넘겨”

  • 동아일보

[통일교 파문]
사건 이첩 5일만에 특검 강제수사
“누락자료 확보 형식적 절차” 설명
일부선 “수사 뭉개기-부실이첩 영향”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사건을 넘긴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명목상 누락된 자료 확보를 위한 통상 절차이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특검이 분류조차 되지 않은 2000장 분량의 수사 기록을 뭉텅이로 떠넘겼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이뤄진 이른바 ‘자료 폭탄’ 이첩을 두고 특검이 수사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 내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수사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10일 사건을 넘겨받은 지 닷새 만에 이뤄진 강제수사다.

양측은 이첩 과정에서 누락된 자료를 절차에 따라 넘겨받기 위한 형식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확보한 수사자료가 증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영장을 통한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1월 내란 특검이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와 비화폰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타 특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거나, 임의제출 형식으로 영장을 집행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특검의 ‘늑장 대처’와 ‘부실 이첩’에서 비롯된 후폭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의 발단이 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이미 8월 김건희 특검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법 제2조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특검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여당 유력 인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4개월 가까이 뭉개다 이달 10일에야 경찰에 넘겼다.

문제는 촉박한 시간이다.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시점이 2018년경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7년)는 이미 완성됐거나 만료 직전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이첩 직후 숨 돌릴 틈도 없이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수사의 기초 자료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넘어오자 경찰에선 곤혹스러운 기류가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는 특검이 경찰에 2000장 이상의 자료를 넘기며 제대로 자료를 정리하거나 분류해 주지 않아 “뒤늦게 경찰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사건을 던진 것 아니냐”거나 “정보 공유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김건희 특검#경찰 압수수색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