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대응 비상] 與, 한미 합의 이행 특별법 발의
11월 1일로 관세인하 소급 적용땐
현대차-기아 2600억 돌려받을 듯
美대사대리, 관세 인하 즉답 피해
3500억 달러(약 510조 원) 규모 대미 투자를 전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25%→15%)가 이달 1일 자로 소급 적용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은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 ‘한미전략투자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관리·운용하는 주체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도록 했다. 공사는 법정 자본금 3조 원 규모로 출범하며 정부의 출자로 설립된다. 20년 이내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한 후 법률 규정에 따라 해산한다. 투자 재원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위탁하는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과 해외에서의 정부보증 채권 발행 등이다.
투자에 대한 결정은 한미전략투자공사 내 운영위원회와 산업통상부에 사업관리위원회를 둔 중층 구조로 이뤄진다.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일차적으로 두 위원회의 검토와 심의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투자처를 선정하는 식이다.
특별법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안전장치도 명문화했다. 연 200억 달러의 송금 한도에서 사업 진척 정도를 고려한 금액을 집행하도록 했다. 대미 투자가 외환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 투자 금액과 시점의 조정을 요청해야 한다.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미 투자위원회 추천 대상이 되도록 하고 가급적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이 사업 관련 공급업체 등으로 선정되도록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년 내 개별 사업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금 흐름의 배분 비율 조정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산업부는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된 직후 장관 명의 서한을 미 상무장관 앞으로 송부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소급 적용은 미 측이 연방관보에 게재한 뒤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25% 상호관세 부과로 인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손실분은 2∼3분기(4∼9월) 총 4조6140억 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15%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11월 1일부터 26일까지 26일간의 판매분에 대한 10%포인트 상당의 관세를 돌려받게 된다. 이렇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총 26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 유럽, 일본 차량과 같은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판매량 또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특별법 발의에 따른 관세 인하 요청에 “미국 측에서 한국에서 오늘 발의된 특별법이 어떤 절차를 통해 진행되고, 그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굉장히 궁금해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회 비준 동의를 둘러싼 줄다리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외국과의 조약, 협약, 양해각서를 비롯해 어떤 것이든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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