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DNA의 아버지’ 왓슨, 인종차별로 명예 잃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7일 22시 32분


이달 6일 97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과학자 제임스 듀이 왓슨(사진)은 생명과학 연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영국 생물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릭과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혔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왓슨의 발견을 멘델의 유전법칙,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생물학의 위대한 발견으로 꼽습니다.

왓슨은 15세에 시카고대에 입학할 만큼 뛰어난 영재였습니다. 인디애나대 박사과정에서 바이러스 연구를 하며 유전 형질의 핵심은 DNA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후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로 옮겨 동료 크릭과 함께 DNA의 구조를 추적합니다. 영국 생화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X선 사진에서 결정적 단서를 얻게 됩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은 DNA의 네 가지 염기가 정확한 짝을 이루어 배열된다는 원리를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DNA의 이중나선 분자모형을 완성했습니다. 1962년 왓슨과 크릭은 유전자 연구를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하버드대 교수로 DNA 염기서열 해석과 유전 암호 연구를 이끌고,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해 암 연구와 유전자 치료를 앞당겼습니다. 왓슨의 연구 덕분에 분자생물학은 인간 게놈(genome) 프로젝트 시대로 나아가는 기반이 됐습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체 유전정보를 지닌 게놈을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게놈 지도가 모두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인류의 질병을 정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꿈의 실현에 한발 더 다가갑니다.

눈부신 성취 뒤에는 그림자도 있었습니다. 말년에 왓슨은 인종주의자로 비판받았습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평균적인 지능 차이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강연과 연구소장직을 잃었습니다. 나중에는 명예직마저 박탈당했습니다. 2014년에는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그는 메달 수익으로 과학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강연 등이 끊겨 생활고 때문에 내놨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평생을 유전학에 바친 인물이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을 부정하는 유전결정론의 함정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다만 그가 남긴 과학적 유산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인류는 의학·진화·유전학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생명의 언어’를 읽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DNA#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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