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문제 논의 안해” 시진핑도 침묵… 안보 뇌관 덮어둬

  • 동아일보

[美中 정상회담]
민감 의제 언급 자제, 경제 집중
우크라전 종식 협력 논의에도… ‘中의 러 원유 수입’은 안 꺼내
트럼프 “김정은 만나러 다시 올 것”

김해공항서 ‘세기의 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건물 정문 밖으로 나서고 있다. 양 정상이 만난 것은 2019년 이후 6년 4개월 만으로, 무역 갈등으로 수개월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성사된 회담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회담장에 집중됐다. 부산=게티이미지
김해공항서 ‘세기의 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건물 정문 밖으로 나서고 있다. 양 정상이 만난 것은 2019년 이후 6년 4개월 만으로, 무역 갈등으로 수개월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성사된 회담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회담장에 집중됐다. 부산=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의 나래마루에서 열린 6년 4개월여 만의 대면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안보 의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 모두 관세, 희토류, 대두(大豆), 반도체 등 무역 의제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집중한 것이다. 무역 의제보다 상대적으로 대립각이 큰 안보 의제에 대해선 최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향후 진행될 무역 협상과 두 정상의 상대국 방문 등을 앞두고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의 군사력 증강, 핵전력 강화, 남중국해에서의 도발 같은 안보 이슈들이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양국 갈등 역시 격화될 수 있다.

● 트럼프 “대만 문제 전혀 논의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이 ‘시 주석과 대만 의제를 논의했느냐’고 질문하자 “(그 의제는) 등장하지 않았다(never came up)”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 시작 직전 취재진이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답을 하지 않았다. 중국 측이 공개한 시 주석의 발언 및 회담 내용에도 대만 관련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그런 일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답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확실치 않지만 그(시 주석)가 대만 의제를 (내게) 묻고 싶어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정상회담에서의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정작 회담에서는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대만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출 재개 등을 얻어내지 못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대만은 자국 영토이며 어떤 협상에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 역시 ‘대만이 중국 영토인 것을 인정하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무역 합의를 강하게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 측에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라고 종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남중국해 등 다른 안보 의제도 거의 안 다뤄져

이번 회담에선 대만 문제 외에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 강화 등 안보 의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주제는 양측이 합의하기 어려운 주제로 애초에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전쟁 종식을 위해 협력하자고 논의했지만 민감한 문제로 꼽히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를 향해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고, 최근에는 휴전에 미온적인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루코일,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을 제재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의 회담에선 이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 트럼프, 김정은 만남 추진 의사 또 밝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중 무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연락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나와 김정은)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다시 오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는 미중 정상회담 때문이며 김 위원장과 만났다면 중국 측에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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