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스태프들 고생 눈에 들어와 이전 작품 모습 안 보인다는 칭찬 기뻐 정해진 시간 일어나 어학원도 다니고 사람 고경표의 삶도 포기하지 않을 것
연기자 고경표(27)는 2년 전부터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잘난 척하지 않고 “못났음을 인정”하며 받아들인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정적 계기는 1년 전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이다. 아프리카 대자연 속에서 “멈춰있던 모든 사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6년에 다시 작동한 고경표의 시계는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잘’ 움직이고 있다.
고경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일정한 수입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며 “대신 ‘꽃보다 청춘’ 이후 앞만 보고 달리던 모습에서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는 것이 힘들지 않다. 공감능력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말 한마디를 뱉기 전 상대방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한다. 음주 스타일도 달라졌다. 과거 “부어라, 마셔라” 했던 그는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전날의 행적이 기억나지 않는 “공허함”이 싫어 변하게 됐다.
고경표는 2015년 11월 tvN ‘응답하라 1988’부터 23일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최강배달꾼’까지 연기에만 온 시간을 쏟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주의다. 무엇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해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세운 “스펙트럼 넓은 연기자”의 목표에 가까워지는 자신을 기다리는 게 재밌다.
“‘이전 작품의 모습이 이번에는 전혀 안 보인다’는 칭찬이 가장 듣기 좋다. 하하! 매번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지만 어색하고 위화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도 거울보고 표정 연습하며, 걸음걸이 등도 사소하지만 변화를 주려고 한다.”
‘최강배달꾼’으로 주인공도 처음 경험했다. 그동안 미처 몰랐거나 지나쳤던 책임감과 존경심을 배웠다. 그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이 눈이 들어왔다. 이전에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대략 알았지만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고 했다.
고경표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낮과 밤 구분 없이 들쭉날쭉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 “정해진 시간에 일정하게 일어나 친구와 운동하고, 어학원도 가는 등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사람 고경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간 날 때마다 엄마한테 전화하고,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도 하고 싶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도 마시는 등 여유를 잃고 싶지 않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