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갖지 못해… 절반은 유족 몫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SBS 주말극 ‘찬란한 유산’에서 설렁탕 기업 진성식품의 장숙자(반효정) 회장은 손자 등 가족 대신 심성이 고운 고은성(한효주)에게 기업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SBS 화면 캡처 ☞사진 더 보기
SBS 주말극 ‘찬란한 유산’에서 설렁탕 기업 진성식품의 장숙자(반효정) 회장은 손자 등 가족 대신 심성이 고운 고은성(한효주)에게 기업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SBS 화면 캡처
법으로 본 SBS ‘찬란한 유산’ 속 타인에 유산상속

“진성식품 주식을 포함한 장숙자 회장 명의의 모든 동산 부동산을 고은성 씨가 물려받게 됩니다.”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토 일 오후 10시)이 2주 연속 시청률 1위(30.9%)를 기록했다. 6일(13회)에는 설렁탕 기업 진성식품의 회장인 장숙자 여사(반효정)가 가족이 아닌 고은성(한효주)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장을 발표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집에서 쫓겨난 고은성은 거리에서 만두를 팔던 중 잠시 기억을 잃고 헤매던 장 여사를 구해 돌본 인연이 있다. 며느리 오영란과 손자 선우환, 손녀 선우정이 유언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장 회장은 철없고 흥청망청 돈을 쓰는 며느리 손자 손녀보다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기업 이념을 지킬 수 있는 고은성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 ‘찬란한 유산’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라는 드라마의 주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실에서도 고은성은 장 여사의 유산을 상속받아 경영이념을 이어갈 수 있을까?

○ 고은성이 반, 유가족이 반

민법은 사망 이후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재산을 주는 경우에도 유족이 유산의 일정액을 받을 수 있게 ‘유류분’을 남겨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받을 수 있어 실제로 장 여사의 유산은 고은성이 반(14분의 7), 유가족이 반(오영란 14분의 3, 선우환 선우정 각각 14분의 2)을 상속받게 된다. 가족들이 드라마처럼 ‘땡전 한 푼 못 받게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대표(40)는 “유언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것도 자유여야겠지만 사망자 근친자(상속인)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로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고 말했다.

○ 진성식품의 경영권은?

장 여사가 사망한 뒤 고은성과 오영란 등 유가족이 주식을 절반씩 나눈다면 장 여사의 경영이념을 이은 고은성과 그에 대립하는 유가족이 경영권 다툼을 벌일 소지가 있다. 문제는 극중 선우환 오영란 등 유가족이 고은성이 등장하기 전 이미 상속받은 대구와 경기 김포의 땅이다. 이 땅이 유류분에 포함되면 유가족의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고은성이 경영권 확보에서 유리하다. 민법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시의 재산에 상속 개시 이전 1년간 행한 증여 재산을 가산하고 채무를 공제해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극중 오영란 선우환이 땅을 받은 시점이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장 여사의 사망 1년 전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 받은 것이라면 유류분에 포함돼 그들이 상속받을 몫은 줄어든다. 이 경우 고은성의 주식이 유가족보다 많아져 고은성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 장숙자 여사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장 여사의 유언장에는 “고은성은 2호점 매출을 2008년 대비 20% 증가시켜야 한다”는 상속의 전제 조건이 있다. 고은성이 매출 신장을 위해 노력하던 중 장 여사가 사망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무법인 서린의 장진영 변호사(38)는 “이는 조건부 유언으로 사망 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조건이 달성되는지를 지켜본 뒤 유산을 배분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은성은 장 여사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에도 2호점의 매출 20% 신장을 달성해야 유산을 받고 경영이념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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