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키드, 우정을 찍다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내달 16일 개봉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마치 어릴 적 그림일기를 들춰보는 기분이랄까. 4월 16일 개봉하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머릿속 몽상들을 일기장에 옮겨 놓아도 아무 죄가 되지 않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람보’를 보고 ‘람보의 아들’을 찍게 된 11세 소년들의 좌충우돌기를 담은 성장영화다.

윌 프라우드푸트(빌 밀러)는 엄격한 종교 공동체에 속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그는 책 모서리에 그림을 그리며 외로움을 달랜다. 규정상 텔레비전을 못 보는 윌은 다큐멘터리 수업시간 중 복도에 나가 자습을 하다 벌서던 리 카터(윌 폴터)를 만난다.

아빠가 가출한 뒤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리는 ‘무부모 상팔자’라고 믿는 문제아. 리의 집에서 ‘람보’를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은 윌은 리와 의기투합해 TV프로그램 ‘나도 영화감독’ 코너에 나가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전형적인 성장영화로 보이는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은 기발한 상상력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개, 싸우다 피 대신 케첩을 온몸에 묻히고 쓰러지는 모습, 악당 허수아비가 아버지를 데려갔다는 근거 없는 믿음 등 어릴 적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공상들을 유치하지 않게 스크린에 담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가스 제닝스 감독은 부모의 비디오카메라를 훔쳐 영화를 찍었던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손바닥에 상처를 낸 뒤 피가 나는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피를 나눈 형제’가 된 윌과 리. 하지만 종교적 가르침을 거역하지 말라는 윌 엄마의 요구와 프랑스에서 온 교환학생 디디에의 등장으로 둘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람보의 아들’을 출품하지 못하지만 둘은 그보다 더 소중한 걸 얻는다. 가족, 우정, 그리고 끝내 다치지 않은 엉뚱한 공상까지도.

영화 제목처럼 첫 영화 출연작이었던 윌과 빌 두 아역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96분 내내 웃음 짓게 만든다. 12세 관람 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