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홀릭]‘온에어’의 거짓말 전략…“작가님도 회당 2000이라면서요?”

  • 입력 2008년 4월 1일 08시 12분


“아∼ PPL. 오승아씨 같은 배우가 회당 2000이나 가져가니까. 배우 넷 출연료만 1억인데, 제작은 뭔 돈으로 해야 할까요? PPL하기 싫으면 출연료를 깎든가”

“작가님도 회당 2000이라면서요?”

딱 여기까지 들었을 때, 거짓말 좀 보태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몰래 녹취한 장면을 틀어주는 줄 알았다. 술자리에서도 슬쩍 무슨 비밀 결사의 지령 전달하듯 속삭이면서 하던 얘기가 금액도 근사하게, 그것도 공중파 드라마에서라니?

하물며 “내가 이 바닥에 들어와서 처음 들은 말이 뭔 줄 아냐? 얼굴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마라”라는 말을 ‘얼굴에 분칠한 분’이 하는 걸 TV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말이다. 드라마 ‘온에어’는 마치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세상에서 유명한 ‘구라’를 쳤던, 크레타 인처럼 외친다.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드라마가 아니라서 그것 자체가 ‘드라마’다.”

드라마 ‘온에어’의 전략은 교묘하다. 거짓말은 거짓말 같지 않아야 믿는다. “정말 전도연 매니저에요?”라는 대사 후에 진짜 전도연이 등장해서 “이쁜 건 니가 더 이쁘다 야”하고 슬쩍 미소 짓는 순간, 드라마는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곧 드라마가 된다.

‘무한도전’ 이후에, 이제 정말 실재로 그럴 법 한 것 이외에는 감동은커녕 웃는 것조차 인색해진 대중에게, 드라마 ‘온에어’는 정말 진짜 같은 거짓말로, 혹은 장난스러운 진실로 ‘한번 놀아 볼까’라고 시비를 건다.

원래 넋 빠져 구경하다 보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법. “나 싸가지 없단 건 알죠?”라고 대놓고 ‘싸가지 없는’ 배우와 “안티와 인기는 비례하는 거 몰라?”라며, 여전히 불륜의 복수극이 대세라고 우기는 작가, “방송국은 흙 퍼다 장사하냐?”라는 방송국 국장, 이 모든 사람을 속물 혹은 싸움닭으로 만든 범인은, 아니 백 걸음 양보해서 공범은, “자극적이다, 상투적이다, 말도 안 된다 욕하면서도” 꼭 그런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주고 있는 바로 당신, 시청자들이라는 것이 드라마 ‘온에어’가 그 정교한 ‘진실과 거짓말’의 게임 속에 숨겨놓은 화살이 아닐까?

극중 초짜 입봉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드라마란? “통일성과 일관성. 극의 재미. 명확한 메시지. 거기에 완성도.” 마치 ‘착하고 예쁘고 속 깊고 일요일에는 집 밖으로 나오기 싫어해서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도 있는 여자친구’랑 비슷한 말이지만, 이런 드라마를 “95%의 상투에 5%의 신선함”에 만족하는 듯 보이는 대중들도 보고 싶어 한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온에어’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잔다르크’의 사명감으로 사전 제작한 드라마 안 팔려서 창고에 쌓아놓고, 작가, 감독 눈치 봐가며 어떻게든 제작비 ‘고품격’으로 받아볼까 하고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곰의 탈을 쓴 여우’, 제작사 사장님.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문혁

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사업팀 프로듀서.

나름 평탄했던 음악 채널의 PD 생활을

자체 조기 종영하고 거칠고 짓궂은 드라마 세계로

인생의 편성표를 바꾼 다소 무모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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