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한가위]‘가문의 위기’ 보고 ‘형사’와 ‘외출’을?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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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극장가는 ‘형사’ ‘외출’ ‘가문의 위기’ 등 한국 영화 세 편이 삼각균형을 이루며 흥행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화들의 선전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택에 앞서 다음 사항을 참고하면 어떨까.

우선 ‘가문의 위기’. 국산 코미디 영화가 명절 강세를 보여 온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올해 추석 시즌 개봉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 가족 연인 친구 등 어떤 관객층에도 무난하다. 다만 “나무는 심었느냐” 같은 농담과 불쑥 튀어나온 아랫도리 등 섹스 코드가 유머의 대종을 이루므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경우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웃기지만, 전편인 ‘가문의 영광’보다는 덜 산뜻한 편.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야심작 ‘형사’는 중장년층 관객과는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미학적이고 화려한 비주얼의 성찬이지만, 대사는 알아들을 만하면 스쳐 지나가 버리고 이야기는 뼈대만 남겨져 앙상하다. “최고의 스타일” 혹은 “이게 무슨 영화냐”라는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올 공산이 크다. 강동원의 열성 팬이라면 후회는 하지 않을 듯.

연인끼리라면 ‘외출’도 권할 만하다. ‘외출’은 유부남 유부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 민족의 명절인 추석 시즌에는 부적절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손을 거친 불륜은 아름답고 순결하게 그려지므로 연인은 물론 부부가 함께 보아도 애틋한 느낌이 든다. ‘18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아주’ 야하기보다는 ‘약간’ 야한 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젊은 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보기에 아주 좋다. ‘혹성탈출’ ‘빅 피쉬’의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거대한 초콜릿 폭포 같은 화려한 볼거리와 환상적인 색감이 눈길을 붙잡는가 하면, 초콜릿 공장의 소인(小人)족 일꾼들이 벌이는 가지각색의 이벤트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이기적인 요즘 아이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주제를 담고 있어 금상첨화. 가족애를 다룬 복싱영화 ‘신데렐라 맨’은 세대를 뛰어넘어 즐길 만하며, 특히 팀워크를 다져야 할 가족에게 요긴할 듯.

‘명절의 손님’인 청룽(成龍)의 영화가 이번 추석 영화 메뉴에선 아쉽게도 빠져 있다. 대신 중국 액션 스타 리롄제(李連杰)의 액션 영화 ‘더 독’이 그 자리를 채웠다. 명랑하고 통쾌한 액션 영화일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이 영화 속 액션은 ‘개싸움’에 가까운 데다 어둡고 끔찍하다. 부자(父子)나 남자 친구끼리 보기에 안성맞춤. 동양인에 대한 서양의 편협한 시각에 불쾌할 수도 있다.

‘나이트 메어’ ‘스크림’으로 유명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는 특히 젊은 세대에 어필할 만한 영화. 주연 배우들의 스타성은 떨어지지만 꽉 짜여진 이야기가 갖는 속도감이 돋보인다. 추석 연휴의 들뜬 분위기를 제쳐 두고 지적이고 심각하게 보내고 싶다면, 9·11테러 이후의 미국을 풍자적으로 진단한 빔 벤더스 감독의 ‘랜드 오브 플렌티’도 있다.

관객 700만 명을 넘어서 ‘막판’까지 선전 중인 ‘웰컴 투 동막골’과 3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수칠 때 떠나라’도 추석 연휴에 계속 상영된다.

추석 연휴 상영작
-제목장르개봉감독주연내용등급
한국영화형사 Duelist드라마·액션8일이명세강동원, 하지원, 안성기가짜 돈 유통을 수사하던 형사 남순과 안포교는 검객 ‘슬픈 눈’과 마주친다.12세
외출드라마·멜로8일허진호배용준, 손예진배우자들이 서로 불륜 관계인 사실을 알게 된 인수와 서영.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18세
가문의 위기코미디·액션7일정용기신현준, 김원희조폭 가문의 큰아들 인재는 우연히 마주친 여검사 진경을 사랑하게 된다.15세
종려나무 숲드라마15일유상욱김민종, 김유미변호사 인서는 종려나무 숲에서 버렸던 기억 속의 여자를 회상한다.15세
거칠마루액션15일김진성권민기, 김진명무술 동호회 ‘무림지존’의 최고수 ‘거칠마루’를 만나려고 무도인 8명이 모인다.12세
웰컴 투 동막골드라마8월 4일박광현정재영, 신하균6·25전쟁 당시 남북의 군인들은 강원도의 산골 마을 ‘동막골’에서 우연히 마주친다.12세
박수칠 때 떠나라드라마·미스터리8월 12일장진차승원, 신하균미모의 카피라이터가 살해되자 최 검사는 유력한 용의자 김영훈을 조사한다.15세
외국영화찰리와 초콜릿 공장판타지15일팀 버튼조니 뎁가난한 소년 찰리는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에 초대된다.전체
나이트 플라이트스릴러9일웨스 크레이븐레이철 맥애덤스, 킬리언 머피미모의 호텔리어 리사는 비행기 옆 좌석에 테러리스트가 앉은 사실을 알게 된다.15세
더 독액션15일루이 레트리어리롄제, 모건 프리먼살인기계로 키워진 대니는 어느 날 앞을 못 보는 피아노 조율사 샘과 마주친다.15세
신데렐라 맨드라마16일론 하워드러셀 크로, 르네 젤위거복싱선수 브래독은 대공황으로 가족이 끼니 걱정을 하자 죽을 각오로 복싱에 뛰어든다.전체
랜드 오브 플렌티드라마15일빔 벤더스존 딜폴은 테러로부터 미국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수상쩍은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15세
레이어 케이크드라마16일매튜 본대니얼 크레이그한 마약 브로커는 보스에게서 친구의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18세
'랜드 오브 플렌티'와 '레이어 케이크'는 각각 서울 씨네큐브와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 '거칠마루'는 CGV 인디관 등 전국 10개 관 개봉.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즐거운 한가위]DVD로 안방극장… 영화관 안부러워


가족 친지들이 한데 모이는 큰 명절 한가위. 서로 어울려 맛난 음식을 나누면서 편안하게 볼만한 영화는 어떤 게 있을까. 안방극장의 재미를 살려 색다른 추석을 연출해 보자.

∇‘너무나도 가족적인’ 가족영화=가족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추석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말아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모자간의 진한 사랑이 빛나는 영화. DVD에는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씨가 조승우와 만나는 장면과 정윤철 감독의 단편영화 2편, 자폐증 이야기 등도 담겨 있다. 지상 최대 통일자작극이라고 자처한 ‘간큰 가족’도 실향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코믹한 가족영화다. 특수부대원이 다섯 아이를 돌본다는 기상천외한 빈 디젤 주연의 코미디 영화 ‘패시파이어’도 이번 연휴를 즐겁게 해 줄 최신작. DVD에 담긴 NG 장면과 촬영 현장 영상이 재미를 더한다. 고두심 주연의 ‘엄마’를 비롯해 주현 수애 주연의 ‘가족’(부녀), ‘태극기 휘날리며’ ‘안녕, 형아’(이상 형제) ‘집으로…’(할머니와 손자) ‘인어공주’(모녀) ‘빅 피쉬’ ‘효자동 이발사’(이상 부자) 등은 온 가족이 어울려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액션무협도 명절에는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 저우싱츠(周星馳)의 해설과 제작기를 담아 새로 발매된 ‘쿵푸 허슬 최종판(UE)’ DVD를 비롯해 청룽 리롄제가 주연으로 등장한 액션영화는 어떤 걸 골라도 후회할 일이 거의 없다.

▽세대를 잇는 추억의 명화=‘로마의 휴일’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콰이강의 다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이 페어 레이디’ ‘오즈의 마법사’ 같은 옛 명화는 언제 봐도 가슴 뭉클한 감동에 옛 추억을 되살려 주는 ‘메모리 칩’이다. 영화를 틀기만 하면 지난 세월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 이들 영화는 집안의 나이 많은 어르신부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보면 더욱 정겹고 이야기꽃도 절로 피어난다. DVD로 보면 개봉 당시의 또렷한 화질에, 영화에 얽힌 일화까지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마의 휴일’에는 영화 제작 전 무명 배우였던 앳된 오드리 헵번이 감독을 만나 면접을 보는 영상이 담겨 있다. 이 밖에 ‘맨발의 청춘’ ‘맹진사댁 경사’ 같은 추억의 국산 영화나 ‘7인의 사무라이’ ‘라쇼몽’ ‘400번의 구타’ ‘달콤한 인생(라 돌체 비타)’처럼 일본과 유럽의 옛 영화들도 DVD로 만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필수 소장품=집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다스리는 데는 역시 애니메이션 DVD가 최고다. 인기 만화 제작사인 미국 픽사스튜디오의 최신작 ‘인크레더블’을 비롯해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주식회사’ ‘벅스라이프’ 등은 아이들에게 여러 번 보여줘도 싫증을 내는 법이 없는 영화들이다.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최근 인기작으로는 ‘타잔 2’ ‘릴로 앤 스티치 2’ ‘샤크’ ‘유희왕’ 등을 꼽을 만하다. 5세 미만의 유아들에겐 ‘까이유’ ‘꼬마생쥐 메이지’ ‘베이비 아인슈타인’ 시리즈 같은 단편을 묶은 DVD가 제격이다.

김종래·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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