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새감독 선정까지… 20여일 피말리는 보도전쟁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축구 국가대표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지난달 23일 자진사퇴한 이후 언론사들은 후임 감독 선정과 관련해 20여 일 동안 피 말리는 ‘보도전쟁’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나타났던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정이 후임 감독 선정에 모아졌기 때문이다.

13일 딕 아드보카트 전 아랍에미리트(UAE)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보도전쟁이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오보도 양산됐다.

본프레레 감독의 자진 사퇴 직후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국내파인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과 이언 포터필드(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유력하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그러자 다른 언론사들은 ‘축구협회가 감독을 내정한 게 아니냐’고 비판하며 경쟁적으로 다른 해외 지도자들을 감독 후보로 보도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2일 최종 후보를 7명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하면서 언론사 간의 추측 보도는 더욱 심해졌다. 특히 SBS가 5일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의 채점표를 입수했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을 유력 후보로 보도하자, 바로 다음 날 다른 방송사는 “축구협회의 자료 유출로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새감독 확정

이후 언론은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국내 스포츠신문들과 방송들이 아드보카트 감독이 몸담고 있던 UAE 축구협회에 잇달아 확인 전화를 걸자 UAE 축구협회 관계자가 “제발 전화하지 말라”고 하소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UAE 대표팀에 6개월간 잔류 의무조항이 있다’면서 그의 한국행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10일 네덜란드 방송이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보도했으나 국내 언론들은 이를 주목하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아드보카트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다른 후보를 유력하게 지목했던 많은 언론들은 취재 전쟁 과정에서의 의도하지 않은 ‘오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언론의 속보 경쟁과 오보 양산에는 축구협회의 무원칙한 비공개 원칙 등이 한몫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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