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명진]영화산업과 大入제도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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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난센스 퀴즈 중에 교수와 거지, 아줌마와 조폭처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의 공통점 찾기가 있다. 답을 보면 재치가 넘치고 나름의 철학이 느껴지는 것이 많다. 어차피 세상 사물의 구분이 자의적인 분류체계에 따른 것이니 발상을 달리한 새 분류체계에서는 교수와 거지, 아줌마와 조폭이 같은 범주에 속할 수도 있겠다.

▷정부는 1960년대 초반, 대학별 본고사제도를 일종의 국가고시제도로 바꾸면서 대학입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후 40여 년간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해볼 만한 것은 다 시행해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입제도는 초중등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대학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비난받는다. 이제 교육부는 대입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대학자율에 맡기라는 주장도 분분하다.

▷미국이 자기네 통상법 슈퍼 301조를 동원해 우리 영화시장의 빗장을 연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우루과이라운드가 본격화하기 10년 전이니 겹겹의 규제와 보호막으로 싸여 있던 우리 산업들 중 거의 첫 개방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5·16군사정변 후 그때까지 20년 남짓한 기간에 영화법은 모두 7차례, 시행령은 20여 차례나 개정됐다. 영화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해볼 만한 제도는 다 시행해 봤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한국영화는 황폐해져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보호막 하나 없이 맨몸으로 개방된 시장에 던져졌으니 한국영화는 확실하게 죽게 됐다고 모두가 절망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민간에서 새로운 동력이 꿈틀거렸다. 신씨네의 ‘결혼이야기’가 한국영화의 새 탄생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영화산업과 대입제도의 공통점은 뭘까? 정부의 탯줄을 떼면 살아난다. 한번 완전하게 죽으면 건강하게 부활한다. 획일화된 이념을 떨쳐 버리면 각양각색의 꽃이 핀다. 한마디로 그냥 내버려 두면 훨씬 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참을성만 좀 발휘한다면 말이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mjin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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