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60년대 초반, 대학별 본고사제도를 일종의 국가고시제도로 바꾸면서 대학입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후 40여 년간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해볼 만한 것은 다 시행해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입제도는 초중등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대학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비난받는다. 이제 교육부는 대입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대학자율에 맡기라는 주장도 분분하다.
▷미국이 자기네 통상법 슈퍼 301조를 동원해 우리 영화시장의 빗장을 연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우루과이라운드가 본격화하기 10년 전이니 겹겹의 규제와 보호막으로 싸여 있던 우리 산업들 중 거의 첫 개방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5·16군사정변 후 그때까지 20년 남짓한 기간에 영화법은 모두 7차례, 시행령은 20여 차례나 개정됐다. 영화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해볼 만한 제도는 다 시행해 봤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한국영화는 황폐해져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보호막 하나 없이 맨몸으로 개방된 시장에 던져졌으니 한국영화는 확실하게 죽게 됐다고 모두가 절망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민간에서 새로운 동력이 꿈틀거렸다. 신씨네의 ‘결혼이야기’가 한국영화의 새 탄생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영화산업과 대입제도의 공통점은 뭘까? 정부의 탯줄을 떼면 살아난다. 한번 완전하게 죽으면 건강하게 부활한다. 획일화된 이념을 떨쳐 버리면 각양각색의 꽃이 핀다. 한마디로 그냥 내버려 두면 훨씬 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참을성만 좀 발휘한다면 말이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mjin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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