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잠복근무’ 여고생 위장 여형사 역 김선아

  • 입력 2005년 1월 24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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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단독 주연으로도 흥행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드문 여배우로 꼽히는 김선아. 달리고 맞고 망가지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푸근한 언니나 누나 같은 느낌을 주어 팬 층이 넓다. 박영대 기자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단독 주연으로도 흥행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드문 여배우로 꼽히는 김선아. 달리고 맞고 망가지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푸근한 언니나 누나 같은 느낌을 주어 팬 층이 넓다. 박영대 기자
‘재미있는 배우’ 정도로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특별한 배우가 김선아(30)다. 그는 지난해 로맨틱 코미디 ‘S 다이어리’에서 남자 파트너 없는 ‘원 톱’ 주연을 처음으로 맡아 전국 160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얼굴 되고 연기 되어도 혼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시는 여배우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예 ‘여배우 원 톱’ 영화는 제작을 꺼리는 게 요즘 충무로 분위기. 이 속에서 김선아는 전지현과 더불어 티켓 파워를 가진 몇 안되는 여배우다.

그런 김선아가 코믹액션영화 ‘잠복근무’(3월 18일 개봉)로 두 번째 ‘원 톱’ 주연에 도전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부두목의 딸을 감시하기 위해 고등학교에 동료 학생으로 위장해 들어가는 여형사 ‘천재인’ 역을 맡아 강도 높은 액션과 웃음을 보여줄 계획. 19일 밤 만난 김선아의 홀쭉해진 얼굴을 보고 “얼굴이 더 작아졌다”고 했더니 그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큰일 났네. 6kg이나 찐 건데. 얼굴만 작아 보이면 뭐하나….”

―강도 높은 액션은 사실상 처음인데….

“말도 마라. 엄청 때리고 맞고 달렸다. 달리기 정말 실컷 해봤다. 어제 ‘말아톤’이란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는데 그거 보고 ‘내가 찍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웃음) 촬영 기간 내내 온몸에 멍을 달고 살았다. (팔뚝을 내밀며) 여기 좀 봐라.”


―준비 좀 했나.

“액션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할 수는 없다. 예전부터 김수로, 장혁 씨를 따라다니며 2개월 정도 절권도(리샤오룽이 창시한 무술) 도장을 다녔다. (코를 툭 만지며) 아비요! 너무 재밌었다. 액션 영화는 적성에 맞더라. 남 때리니까 왜 이렇게 즐거운지.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 상대의 뺨이 벌건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 좋지만 어쩔 수 있나. 주저주저하다가 여러 번 다시 가는(촬영하는) 것보단 한 번에 끝내는 게 상대를 위한 배려라는 걸 ‘위대한 유산’ 찍으면서 임창정 씨한테서 배웠다. 제대로 깨끗이 끝냈다.”

―영화에선 여고생으로 위장한다. 실제론 중고교를 일본에서 나왔는데….

“일본은 수영장 없는 학교가 별로 없다. 물에 빠져 죽으면 안 되니까 일단 수영은 필수로 한다. 한국이 더 나은 것도 많다. 일본에서 고등학교 다닐 땐 학생들이 선생님에게서 공책 같은 걸 건네받을 때도 한 손으로 받더라. 내가 두 손으로 받았더니 선생님이 ‘참 드물게 예의바른 학생’이라고 칭찬하셨다.”

―교복 차림도 익숙했겠다.

“난 정말 조용한 축에 속했다. 그런데도 교복은 치마를 3개씩 싸갖고 다녔다. 아주 짧게 줄인 치마, 검사받을 때 입는 보통 길이 치마, 무게 잡을 때 입는 아주 긴 치마, 이렇게 3개. 두발 규정은 일본이 더 까다로웠다. 앞머리는 눈썹 위 3cm, 아래 옆머리는 귀 밑 3cm 아래로 내려오면 안 된다. 그 이상 기르려면 양 갈래로 묶어야 했는데 묶는 위치까지 정확히 정해져 있었다. 그 와중에 ‘똥꼬 치마(초미니 치마)’를 입고 다니는 대범한 애들도 있었고. 또 책가방이 납작하게 보이면 멋있다고 해서 발로 밟아 납작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자 책가방 두께까지 정하는 규정이 생겼다.(웃음) 지나고 나니 그게 다 소용없는 짓이란 걸 알겠더라.”

―영화 속 ‘천재인’은 강북의 ‘쌈장(싸움 1등)’ 출신이다. 실제 학창시절은….

“너무 평범한 애였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놀아도 오후 6, 7시면 집에 들어갔다. 너무 집에 충실하게 살다보니 연예인 되고 나선 촬영장 같은 데서 자도 잠이 안 오더라. 그래서 내 베개 싸들고 다녔다.”

―‘티켓 파워’가 있는 얼마 안되는 여배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두렵기도 하다. 한순간에 확 떴다가 순식간에 잊혀질까봐.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티켓 파워가 있는 것, 이게 내가 바라는 바다. 점점 더 일에 신경 쓰게 되니까 요즘엔 내 영화 개봉 3주 전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예매 현황 일일이 다 점검하고 개봉 당일에는 전국의 큰 극장 판매 현황을 전화와 인터넷으로 모조리 체크한다. 내가 오히려 영화사에 알려 줄 정도라니까.(웃음)”

―공유(‘천재인’이 짝사랑하는 고교생 역)와는 ‘S 다이어리’에 이어 또다시 함께 출연한다.

“이런 거 말 조심해서 해야 되는데.(웃음) 공유 씨와는 많이 친해져서 솔직히 키스 신이야 훨씬 편했지. 촬영 들어가기 전 ‘이 닦고 하는 거지?’ 하고 서로 물을 정도니까.”

―여자들도 좋아하는 여배우란 점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문제다. 남자들이 더 좋아해야 되는데.(웃음) 날 좋아한다는 이유가 글쎄, 남자들은 내가 이웃집 누나같이 편해서 좋다고들 하고, 여자들은 내가 옆집 언니같이 편해서 좋다고들 한다. 아이고, 여배우가 ‘편해서’ 뭣에 쓰겠나.(웃음)”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꼬댕이? 제크?…김선아, 촬영위해 고교생 은어 익혀▼

‘잠복근무’ 촬영 때문에 고등학교 현장을 누빈 김선아는 고교생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더 씩씩하고 아주 ‘창조적’인 은어를 만드는 것 같다”면서 “‘뜨자(맞서 싸우자)!’란 말도 처음엔 이해가 안 돼 ‘뭘 떠?’하고 되물었다”고 말한다. 김선아가 이 영화 촬영을 위해 공부한 ‘기상천외한’ 10대의 은어들.

△고삼고삼하다:부모나 선생님에게 고분고분해 지는 현상이나 행동

△꼬댕이:공부 못하면서 머리도 둔해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닭둘기:비둘기 주제에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살 이 닭처럼 찐 경우

△담돌이 담순이:각각 남녀 담임교사

△당근바지:발목 부분만 줄여서 당근 세워놓은 것 처럼 좁아지는 교복바지

△미자:미성년자의 줄임말

△온구:온라인 친구의 줄임말

△전따:전교적으로 따돌림 당하는 아이

△제크:‘쟤, 머리 정말 크다’에서 나온 말

△딸구:지능이 떨어지는 아이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선승혜 씨(서울대 언론정보학과 2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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