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봐야할 盧대통령이 안 와서 아쉽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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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영화 '화씨 9/11' 시사회 홍보를 위해 만든 포스터.
민주노동당이 영화 '화씨 9/11' 시사회 홍보를 위해 만든 포스터.
"정작 봐야할 노무현 대통령이 초청장을 보냈음에도 오지 않아 아쉽게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1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화씨 9/11' 시사회를 가진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이날 일반 시민과 당원등을 대상으로 오후 4시와 7시 30분등 두 차례에 걸쳐 무료 영화 시사회를 열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 일가가 사실은 부시 일가와 오래전부터 사업상 밀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영화.

전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화씨 9/11' 시사회 스케치예고편 보기

▲심상정 "미국에도 깨어있는 사람 있어 감격"

국내 개봉 직전인 이 영화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400석 규모의 행사장에 두 차례 각각 7~800명의 관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오후 4시 시사회엔 심상정·천영세·이영순 등 민노당 소속 의원들을 비롯, 열린우리당의 송영길·임종인·정청래·안영근·한광원·이미경·유승희 의원,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오후 7시 30분 시사회엔 민노당 노회찬·단병호·현애자 의원,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열린우리당 오제세 의원, 영화배우 문소리씨 등이 참석했다.

김혜경 민노당 대표는 "지금 우리 정부는 김선일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도 이라크에 제2차 파병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처럼 우리 국민들도 모두 나서 파병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화씨 9/11'을 보고나서 "미국에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격적"이라며 "이 영화의 국내 상영이 파병 문제에서 일방적 한미 관계 대신 대등한 관계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제세 "정부 굉장히 고민스러워질 것"

열린우리당 오제세 의원.

파병을 추진하고 있는 여당 소속인 오제세 의원은 "이 영화가 국내서 상영되면 상당히 파장이 클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선 굉장히 고민스럽고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의원은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국회의원부터 보내자'고 하는 얘기를 듣곤 사실 곤혹스러웠다"며 "국민들의 일반적 심정 아니겠냐"고도 했다.

오 의원은 또 "이 영화를 보고 저도 심정적으로 움직였다"며 "다만 파병 반대에 대해선 좀더 심사숙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화 "한나라당 동료들에게 관람 권할 생각"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파병 찬성'을 당론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고진화 의원 역시 "굉장히 사실에 근거를 둔 영화"라며 "소수의 사람들이 주도한 전쟁 때문에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입는 피해를 보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한나라당 동료 의원들에게도 꼭 보실 것을 권유하고 싶다"며 "파병의 마지막 고비인 8월초엔 이 영화가 이미 국내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노당 단병호 의원은 "추가 파병 철회는 물론, 이미 나가있는 서희·제마부대도 철수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어떠한 형태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게 민노당의 당론"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파병철회 무기한 철야농성 돌입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은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반대'는 물론, '빈부 격차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어 "민주노동당 정책 홍보용으론 안성맞춤"이란 게 당직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마이클 무어 감독.

이 영화는 "미국 경제의 7%가량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움켜쥐고 있으며, 부시 일가는 사우디와의 거래를 통해 부(富)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9·11테러부터 아프가니스탄 폭격, 이라크 전쟁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석유사업에 손대고 있는 부시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계획된 음모"라는 것.

특히 무어 감독은 "미 의회 의원 가운데 자식을 이라크에 보낸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며 "반면 가난한 동네에선 직업군인들이 돌아다니며 젊은 친구들을 꼬셔 이라크에 보내려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영화 '화씨 9/11'은 "전쟁이란 결국 다른 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빈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라는 무어 감독의 설명으로 끝난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시사회를 시작으로 20일부터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김혜경 대표는 "철야농성과 함께 오는 24일엔 파병 철회를 위한 전국 총궐기 집회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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