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장관 “다시 영화인으로…” 총선불출마 부담탓

  • 입력 2004년 5월 24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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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장관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장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물러나는 이유는 지난 4.15 총선 불출마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장관은 24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총선때부터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다. 자리에 연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때부터 마음의 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총선 무렵 당에서 출마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실제로 제가 대구지역 출신인데 그 곳 형편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어떤 분은 기꺼이 산화할 각오로 가신(출마) 분도 있었다. 그때 제가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다”는 말로 퇴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물러난 이후 영화계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거야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해, 더이상 ‘정치인 이창동’의 모습에는 미련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인터넷 웹진 서프라이즈 24일자 인터뷰에서도 “영화감독은 내 본업이지만 장관직은 사실 내 인생의 일정표에 없었던 일”이라며 “장관이 되기 전에 많이 고민했지만 돌이켜보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예기치 않게,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한 해 분명 힘들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국회 사정, 언론 사정, 경제적, 사회적 상황까지 환경은 최악의 조건이었다. 전후 사방에서 흔들어댄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영화 ‘초록물고기’(1997)로 감독에 데뷔한 이창동 장관은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2000)으로 국내외 영화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2002년 9월 제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며, 이런 인연으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2월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했다.

이 장관의 후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는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내용▽

손석희(진행자)=장관직에서 물러나실 거라고 들었습니다.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요.

이창동(문화관광부장관)=인사문제는 인사권자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거지 제가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고요. 저는 어쨌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손석희=본인의 의사에 의해서 물러나신다고 보도가 나왔는데요.

이창동=제가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총선 무렵에 당 쪽에서 총선출마에 대한 그런 요구랄까, 그런 것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제 출신이 대구지역인데 그 지역 형편이 굉장히 좋지 않았고 해서 어떤 분은 기꺼이 산화할 각오로 가신 분도 있습니다. 그때 제가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고요. 어떤 의미에서 자리에 연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때부터 마음의 정리를 했습니다. 거기까지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손석희=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질문만 더 드리겠습니다. 물러나신 이후에는 영화계로 돌아가실 겁니까?

이창동=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손석희=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창동=고맙습니다.

손석희=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었습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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