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헨리’ ‘니콜라’마저 좌절한다면, 청년에게 미래는 없다

  • 동아일보

39세 이하 청년만 작년 자산-순자산 감소
집값 상승에 ‘내 집 마련’ 진입장벽만 높여
고소득 청년도 상속자산 없인 중산층 못돼
자산 형성할 기회 제공하는 정책 펼쳐야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대한민국 경제가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을 해본다.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많이 공부한 청년들의 자산은 왜 줄어들고 있는가. 이는 느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가 분명히 보여주는 현실이다.

최근 발표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보면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순자산도 5.0% 늘었다. 모두가 부유해진 듯 보인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나누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된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자산은 1년 새 0.3% 감소했다. 이들의 순자산은 0.9% 줄었다. 반면 40대는 7.4%, 50대는 7.9% 증가했다. 청년만 제외하고 성장한 것이다.

세대 간 자산 격차의 핵심에는 부동산이 있다. 40대의 부동산 자산 증가율은 9.9%이고, 50대는 8.1%에 달했다. 무주택 청년에게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곧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것이다. 주택 소유 비중은 이 구조를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50대 이상이 전체 주택의 68%를 보유한 반면, 39세 이하 청년층의 주택 소유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2026년의 상황은 청년에게 더욱 어려운 현실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전세가 주거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지금은 갭투자라는 오명과 함께 투기 수단으로 레토릭이 바뀌었다. 한국 사회에서 주택은 단순한 거주 수단이 아니라 자산 형성의 핵심 경로다. 그 경로에서 청년은 이제 배제된 듯하다.

심지어 고소득이지만 부자가 되지 못하는 ‘헨리(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나 부모의 상속자산 없이 자신의 노동만으로 버텨야 하는 ‘니콜라(NICOLA·Not Inherited Capital, Only Labor Asset)’는 개인의 선택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이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수도권 집값 급등에 따라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가속화됐다. 이는 헨리 세대의 좌절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요인이다. 임금상승률이 연 2∼3%에 머무는 동안, 수도권 특히 서울의 집값은 연 10% 안팎으로 상승해 왔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5년 9월 기준 14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열심히 일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다. 헨리와 니콜라는 이렇게 탄생했다.

둘째, 경제성장률 둔화로 임금 상승에 구조적 한계가 생겼다. 고도성장기에는 임금 상승이 자산 축적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성장률이 2%대로 고착된 지금, 근로소득만으로 중산층에 진입하는 경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셋째, 자산의 세대 간 이전과 상속·증여가 구조화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산 가격 급등기와 함께 사회에 진입했고, 그 결과로 축적한 자산이 이제 대규모로 이전되고 있다. 상속자산의 유무가 삶의 출발선을 가르는 시대가 됐다.

끝으로, 세대 간 부채 전가와 만성적인 재정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한국 경제는 장기간 확장재정에 의존해 왔고, 그 결과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는 구조화됐다. 이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노동시장에서도 분명한 신호로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5∼2025년 20대 생산가능인구가 694만 명에서 575만 명으로 1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대 ‘쉬었음’ 인구는 25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64%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청년의 일탈이 아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근로 연령층 전반에서 노동시장 참여 의지가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경고다.

여기서 가장 암울한 지점에 도달한다. 헨리와 니콜라 세대는 청년층 중에도 가장 많은 소득과 기회를 가진 집단이다. 이들은 대기업과 전문직에 진입해 연봉 8000만∼1억 원을 받는 이들이다. 이들조차 좌절한다면 그보다 소득이 낮은 수많은 청년들은 애초부터 희망을 품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잔혹한 현실이다. 예전이었으면 중산층 이상으로 진입했을 청년층에서부터 희망이 무너지는 사회는 아래로 갈수록 체념만 확산한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청년들에게 ‘노력하면 중산층이 된다’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재정은 현재의 인기 정책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부담을 기준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자산을 가진 사람을 보호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자산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헨리마저 좌절하는 사회는 정상일 수 없다. 그 경고를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에게 남는 것은 빚과 체념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청년 자산 감소#세대 간 자산 격차#부동산 자산#주택 소유 비중#헨리 세대#니콜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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