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시청료’가 문제 되는 이유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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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단체들이 KBS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시청료 분리 납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KBS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영방송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정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의 상징이다. 전 국민이 꼬박꼬박 시청료를 내는 데는 KBS가 방송의 공익성 구현에 앞장서 달라는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KBS가 여태껏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 정부 들어 특정 이념을 부각시키는 ‘편파방송’으로 비판받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시청료 거부운동이 나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송두율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편파방송’ 논란 때문이다. KBS는 편파방송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방송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시청자에게 오해와 혼란을 주었다’며 권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것만으로 KBS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KBS PD협회는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일부 신문에 대한 취재거부를 밝혀 국민을 실망시켰다.

KBS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세나 다름없는 KBS 예산을 직원들이 나눠 갖는 방만한 경영에다 해외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어느 PD의 도덕적 해이, 상업방송이나 다를 바 없는 선정성 경쟁 등 곳곳에 누수(漏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내부로부터의 변화나 개선이 있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결국 시청료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가시화된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고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다. KBS가 권력에 영향 받지 않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KBS는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공영방송은 더 이상 시청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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