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갱스 오브 뉴욕'…1800년대 뉴욕의 ‘창세기’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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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 오브 뉴욕’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갱스 오브 뉴욕’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은 뉴욕의 ‘창세기’를 다룬 작품이다.

1800년대 중반. 뉴욕의 파이브 포인츠 지역은 사기 도박 살인 매춘 등 범죄가 들끓는 지역이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은 하루에도 수천명씩 이 땅을 밟는다. 당시 ‘케리오니언즈’ ‘치체스터’ ‘셔츠 테일즈’ ‘데드 래빗’ 등 여러 아일랜드계 갱단들은 먼저 자리잡은 토착 갱단과 갈등을 벌이고 있었다.

1846년, ‘데드 래빗’파의 보스 발론(리암 니슨)이 토착 세력의 우두머리 빌(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이후 아일랜드계 갱단이 밀려난다. 16년이 흐른 뒤 발론의 아들 암스테르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빌에게 접근해 심복이 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웅장한 스케일이다. 도끼와 해머를 들고 수천명이 사투를 벌이는 원시적 전투에서 관객은 그 폭발적인 에너지에 압도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거장이라는 예우에 어울리게 1800년대 중반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힘있는 필치로 그려냈다.

그는 1860년대 뉴욕을 재현하는 데 있어 컴퓨터 그래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리얼리즘’ 원칙을 고수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 옛 뉴욕을 재현했고 제작비도 1억 3000만 달러를 쏟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단일 명제를 2시간 46분의 상영 시간에 풀어낸 것은 감정의 과잉으로 보인다.

30년전부터 스코시즈 감독이 구상해왔기 때문인지 장면 하나 하나에 대한 감독의 애착이 지나쳐 구성의 밀도가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다. 암스테르담이 제니(캐머런 디아즈)와 사랑을 나누는 대목은 주제와 무관해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다.

당시 뉴욕의 낮에는 주민을 겁주기 위한 본보기로 불량배들에게 누명을 씌워 교수형에 처한다. 그리고는 밤에는 화려한 댄스 파티가 열린다.

스코시즈 감독은 뉴욕의 건설이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피와 춤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내세우며 죽음이 곧 삶의 원동력임을 시사한다. 암스테르담의 복수극도 죽음이 삶을 지탱하고 역사의 수레 바퀴를 돌리는 힘이라고 증언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니엘 데이 루이즈의 연기. 1997년 ‘더 복서’ 이후 오래 쉬었던 그는 6년 만에 ‘정상의 배우’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2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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