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바꿔. 다 바꿔." 새로운 형식의 KBS '인디 드라마'

  • 입력 2000년 10월 6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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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의 자유로움, 시트콤의 경쾌함, 그리고 테마게임의 기발함.'

기존 방송 드라마의 형식과 내용을 파괴한 파격적인 드라마가 등장한다. KBS는 다음달 중순께 새로운 형식의 파일롯 드라마 <더블 스토리(가제)>(연출 이교욱, 극본 김균태)를 방송한다. <더블 스토리>는 우리 방송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인디 드라마' 형식. 하나의 드라마 속에 25분짜리 단막극 2개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이다.

"드라마라면 으레 25분짜리 일일극이나 1시간짜리 주간물을 생각한다. 소재도 그런 형식에 맞출 수 있는 것으로 고르다 보니 늘 비슷한 소재와 인물구도이고, 시청자로부터 '내용이 맨날 똑같다'라는 비판을 듣는다. '인디 드라마'는 우선 그런 틀에 박힌 드라마 형태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연출자 이교욱 PD는 "이러한 TV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한 것이 단편영화들의 자유로움"이라고 설명한다.

<더블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신세대의 발랄함을 그리게 될 20대와 삶의 잔잔함을 그리게 될 30대. 각각 4명의 연기자들이 고정 출연자로 등장하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 특별출연 형식으로 등장한다. 4명의 연기자들은 고정 출연만 할 뿐 배역의 성격이나 역할은 매주 바뀐다.

"지난 주에 주인공을 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악역으로 바뀔 수 있고, 극중 직업이나 인물관계도 바뀐다. 이번 주에 부부로 출연했다면 다음주에는 남매로 나오거나, 직장의 라이벌로도 나올 수 있다."

얼핏 MBC <테마게임>을 연상케 하지만 늘 가슴 훈훈한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교욱 PD와 작가 김균태가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은 독특한 틀에 걸맞는 내용의 차별화.

"독립영화는 장편 영화와 달리 기승전결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다. 때로는 결말을 맺지 않고 클라이막스에서 끝날 때도 있고, 보는 이에게 잔뜩 의문부호만을 안기기도 한다. 소재도 이른바 '극적인 구조를 가진 이야기거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 PD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더블 스토리>에서는 매끈한 결말을 갖는 이야기보다는 강한 '임펙트'와 느낌을 남길 수 있는 소재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삽상한 느낌의 일상을 드라마 속에 산뜻하게 그리기도 하겠다는 것. 극중 배역을 20대와 30대의 이중구조로 꾸민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현재 안재모와 권해효가 각각 20대와 30대의 포스트로 캐스팅이 된 상태. 그동안 방송 출연을 자제했던 권해효는 드라마 형식을 듣고 바로 출연에 응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한다.

다른 방송사 드라마들에 비해 비교적 형식이나 내용에서 '보수적'이라는 평판을 들었던 KBS의 이번 실험이 과연 시청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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