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기차로만 닿는 마을' 고향의 의미 다시 돌아봐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접경지대. 이 곳의 승부역은 기차로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오죽하면 한 역무원이 좁디 좁다는 뜻으로 ‘꽃밭도 세 평, 하늘도 세 평’이라고 적었을까. 인근 승부리에는 비포장도로가 있지만 미니버스가 하루에 한 두 차례 들어올 뿐이다. 그만큼 오지다.

승부 역에서 내려 눈이 와 온통 새하얀 산을 쳐다보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KBS1 ‘기차로만 닿는 마을’(3일 밤 10시)은 승부 역에서 잠시 멈춰 앞만 보고 달려온 도시인의 삶에 ‘쉼표’를 찍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태백산맥과 낙동강 계곡 사이로 영동선이 지나면서 겨우 생겨난 마을 승부리에는 40여 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다. 밭을 매거나 산나물을 캐는 것 외의 다른 것은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들의 삶은 순박하지만 세상을 뒤로 하고 깊은 산자락으로 들어오기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82세의 한 노인은 55년 승부역 철도 공사 때 이곳으로 들어와 자리잡은 뒤 지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혼자 산다. 한 할머니는 씨받이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 앉았다.

그런데 승부리 주민의 삶은 작년부터 눈꽃 순환 열차가 지나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먹거리 장터를 만들면서 ‘도시적’ 속성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 20세기 산업화의 혜택이 거의 없던 승부리 주민들은 이를 개발의 기회로 여긴다.

김동렬 PD는 “단순히 박물관을 보는 게 아니라 승부리의 삶을 밀착 취재해 20세기 우리 고향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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