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정이 정흥채, 뜯었다…붙였다 『수염과의 전쟁』

  • 입력 1997년 4월 3일 08시 52분


SBS 드라마 「임꺽정」의 주인공 정흥채를 가장 괴롭힌 「적」은 다름아닌 수염이었다.

임꺽정의 상징처럼 된 그의 수염은 선비수염 이방수염 임금수염 등 기존 사극에서 종종 등장해온 것들과 격이 다르다. 방송가에서는 숱이 많은 데다 뻗쳐 있는 이 형태를 「꺽정이 수염」이라고 부른다.

26년 경력의 분장사 정완식씨에 따르면 「꺽정이 수염」은 30∼40명분의 선비수염을 만들 수 있는 분량. 인조머리와 생사로 만든 수염 재료를 12∼13㎝의 길이로 재단해 한올한올 스피리트껌(수염접착제)을 이용해 얼굴에 부착한 것이다.

정흥채는 95년 4월초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꺽정이 수염」을 붙이기 시작한 뒤 2백여회 이상 임꺽정으로 분장했다. 수염을 붙이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반으로 수염분장에만 최소 3백시간(12.5일)이 소요됐다. 사용된 수염의 양은 10관(37.5㎏)이며 비용은 4백만원에 이른다.

이 「꺽정이 수염」은 초기 수염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점점 길어지는 4단계의 「털갈이」를 거쳐 현재 등장하는 임꺽정의 수염으로 완성됐다.

정완식씨는 『망사에 수염을 심어 재활용하는 방식도 있지만 움직임이나 리얼리티가 떨어져 일일이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분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접착제의 고약한 냄새와 헤어 스프레이를 뿌려 고통이 심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SBS탄현스튜디오의 마지막 촬영에서는 「정」들었던 임꺽정 수염과 이별하는 두 정씨가 『시원섭섭하다』며 함께 울먹거렸다는 후문.〈金甲植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