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새」서 악인役 이정재 『「죽음연기」다섯번째』

  • 입력 1996년 11월 11일 20시 23분


「마카오〓金甲植기자」「모래시계」에서 보디가드로 최후를 마쳤던 이정재(24)가 하얀 포말이 밀려드는 마카오의 검은빛 모래사장에서 「불새」의 영후로 환생했다. 지난 7일 마카오 동남쪽에 위치한 콜로아네섬의 헥사비치. 글래머 스타일의 금발미인과 제트스키의 묘기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영화 「불새」의 촬영이 열기를 뿜었다. 이날 장면은 어릴때 성당에서 함께 자란 윤(강혜종)이 마카오에 있는 영후에게 서울로 돌아갈 것을 설득하는 장면. 한시간동안 진행된 리허설이 끝나자 김영빈감독의 입에서 『레디∼고』라는 사인이 떨어졌다. 『오빠 나하구 서울로 가자』(강혜종) 화가 난듯 얼굴을 붉게 물들인 이정재는 뒤따라오는 윤을 해변으로 내동댕이친 뒤 『그런말 하면 죽일거야, 가려면 조용히 사라져』라며 거친 대사를 내뱉았다. 『컷』 현장에 뛰어든 김영빈감독이 『혜종씨 대사가 너무 빠르고 시선도 영후쪽을 보고 있어야지』라는 주문을 던졌다. 오는 12월말 개봉예정인 영화 「불새」는 소설가 최인호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으로 이정재는 출세의 야망을 불태우지만 끝내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영후역을 맡았다. 그는 출세작 「모래시계」를 비롯, 「사랑은 블루」와 영화 「젊은 남자」 「알바트로스」 등 4편의 주요 출연작에 이어 다섯번째 죽음을 경험하게 됐다. 이정재는 『「사랑은 블루」때는 생일(12월15일)에 죽는 장면의 촬영이 있어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공교롭게 「불새」에서도 죽음의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후는 성공을 위해 사랑도 배신하고 친형제같은 윤의 죽음을 이용하는 야비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악인』이라며 『「모래시계」의 재희와는 또다른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6월말 18개월의 방위복무를 마친 그는 그동안 5편의 CF와 「불새」 「쿠데타」(김종학감독) 등 영화출연 계약을 통해 불과 4개월여만에 20억원의 수입을 올려 변함없는 인기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인기를 「모래시계」의 후광으로 분석하며 『인기는 거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새로운 「이정재」의 매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V드라마를 통해 스타로 성장해온 그는 드라마 출연 제의가 많았지만 당분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영화에만 전념하겠다고. 고교를 졸업한 뒤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업을 받았다는 그는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인테리어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지붕과 바닥을 뜯고 있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연기인생이 시작된 만큼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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