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법예고… 내달 22일 시행
업계 “법 대응 준비 시간 더 필요”
과기부 “과태료 1년 유예, 정착”
세계 첫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을 마련했던 유럽연합(EU)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가 내년 1월 세계 최초로 ‘AI 법’을 시행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22일까지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한다. EU의 AI 규제안을 벤치마킹해 법안을 만든 것인데, 실제 법 적용에 있어서는 우리가 앞서게 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1월 19일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인 ‘AI 법’의 핵심 조항 적용을 연기하고,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건강과 안전, 기본권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AI를 사용할 때 EU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시기도 당초 내년 8월에서 2027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EU 회원국과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규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EU가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한국에서는 내년 1월 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각종 AI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법 시행에 대응하기에는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101개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98%는 AI 기본법과 관련한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본법 중 가장 제약이 되는 조항으로는 △신뢰성·안전성 인증제(27.7%) △데이터셋 투명성 확보 요구(23.8%) △고위험 AI 지정 및 등록·검증 의무(17.8%) △생성형 AI 산출물 표시 의무(15.8%) 순으로 집계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 센터장은 “AI 기본법의 시행이 임박했지만, 현장의 준비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 기술 정책 전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역시 올 10월 한국의 AI 기본법에 대해 보고서를 내고 “AI 위험성에 대한 진단이 부정확하게 이뤄져 있어 산업 진흥 부문의 정책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과기정통부는 과태료를 유예하는 1년간은 법 적용보다는 제도 안착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내년은 법안이 정착하는 시기로 보고 AI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계도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과태료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하겠다”고 말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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