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진출 가능성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자사주를 활용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외국인 SK하이닉스 순매수, 3개월 만에 최대치
10일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설에 대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국 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코스피가 0.21% 하락 마감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주가는 3.71% 상승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729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도체 주가 상승 국면 초입이던 9월 10일(7300억 원 순매수) 이후 최대치를 사들인 것이다.
최근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ADR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기업은 보유한 주식을 미국의 예탁기관(은행)에 보관하고 이를 담보로 ADR을 발행해 미국 증시에 진출할 수 있다. ADR은 미국 거래소나 장외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처럼 미국 증시 직접 상장보다 절차가 간편하지만 해외 투자자들과 접점을 늘릴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포스코홀딩스,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 등이 ADR을 발행했다.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등도 미국 시장에 ADR을 발행해 거래되고 있다.
● 주주 가치 제고 위해 자사주 활용 가능성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하면 주가 상승의 추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이 늘면서 내년, 내후년 실적도 유례없이 좋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증권사들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80조~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주가도 개선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1조3834억 원이었다. 2025회계연도 4분기(6~8월) 약 5조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마이크론보다 두 배 가까운 실적을 거뒀지만 9일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426조 원(SK하이닉스)과 418조 원(마이크론)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하면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단숨에 좁힐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으로 미 증시에서 거래되는 기업만 포함하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패시브(수동) 자금이 유입되는 수혜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SK하이닉스보다 시총이 큰 종목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ASML, AMD뿐이다. 이 중 TSMC와 ASML은 ADR이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을 고려해서라도 자사주 2.4%를 활용해 ADR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18개월 내에 처분할 것을 강제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 가치 제고 요구가 커질 수 있어 사측이 ADR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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