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해야 할 30대 33만명 “그냥 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3일 03시 00분


1년새 2만4000명 증가 ‘역대 최대’
제조-건설업 부진, 양질 일자리 부족
“쉬는 기간 길수록 취업 포기 악순환
정부가 적극 찾아내 고용 전환해야”

지난달 30대 ‘쉬었음’ 인구가 33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경제활동 핵심 연령층인 30대에서 구직 활동조차 포기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고용시장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30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산업 전반으로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 30대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2만4000명 증가한 33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30대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소폭 늘었지만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을 멈춘 ‘쉬었음’ 인구도 함께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일자리 시장의 주축으로 꼽히는 30대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대로 불어난 데에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며 30대에 접어든 1990년대생 청년들이 여전히 쉬었음 인구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이직과 퇴직을 반복하며 ‘쉬었음’이 된 청년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질 좋은 일자리이자 한국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은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만1000명 줄면서 16개월째 감소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3분기(7∼9월)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용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1로 전체 제조업 평균(6.2)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취업유발계수는 특정 산업이 10억 원 성장할 때 생기는 직간접적 일자리 수를 말한다.

건설업 취업자 수도 12만3000명 줄면서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9월(―8만4000명)에 비해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쉬었음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이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진다”며 “정부가 먼저 쉬었음 인구를 찾아내는 적극적 고용 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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