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 중 현금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 한도… 사업 정도 따라서 투자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마스가’… 대출 및 보증
車-부품은 15%로… 경쟁관계 日-EU와 같은 수준 반도체도 대만과 비교해서 불리하지 않게 책정 美, 사업 추진 주체로 가급적 韓기업 선정하기로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29일 타결됐다. 총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약 497조 원) 중 현금은 2000억 달러(약 284조 원)로 하고, 이 또한 연간 상한액은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설정했다. 당초 양국이 두 달 넘게 협상에 진통을 겪은터라 타결까지는 이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지 약 3시간만에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10월 29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세부 합의 내용에 대해 “대미 금융 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1500억 달러로 구성됐다”고 했다. 이어 “2000억 달러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금융 패키지와 유사하다”며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했다.
김 정책실장은 “2000억 달러 투자가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고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한다”며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어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해서는 “마스가는 우리 기업 중심으로 추진된다”며 “(투자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했다”고 했다. 이어 “장기 금융으로 자금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고 했다.
양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서는 “15%로 인하해 지속 진행된다”며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됐고,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 제품은 관세가 없다”고 했다. 수출에서 대만과 경쟁 관계인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는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이번 관세 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외환 시장의 실질적 부담을 크게 경감했다”며 “그간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한국 외환시장 특수성을 반영하고 외환시장의 안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가장 민감한 문제였던 연간 현금 투자액에 대해선, 김 정책실장은 “이에 따라 연 납입한도는 최대 200억 달러를 상한으로 설정했고 외환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 조정 등을 요청할 근거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업 1500억 달러는 우리 기업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로 국내외 시중은행 통해 대출 보증을 받게 된다”며 “선박 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의 실질적 부담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미 투자금 원금 회수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김 정책실장은 “원금 회수를 위한 다층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원금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에만 투자하는 것을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투자 수익 배분에 대해선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각각 수익을 5 대 5로 배분하기로 돼 있다”며 “한국이 일정 기간 20년 내에 원리금을 전액을 상환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수익성이 더 높은 사업을 선정하면 이자율을 충분히 높여 수익 배분 비율만으로 보장할 수 없었던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연간 조달 한도를 설정했고, 특정 프로젝트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측이 협의위원회 검토나 협의와 달리 일방적인 투자를 요구할 경우 추후에 미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확보했다”고 했다.
개별 품목의 상호관세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낮춰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췄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관세율을 25%에서 일본, EU와 동일 수준으로 인하했다”고 했다. 이어 “7월 30일 합의에 더해 항공기 부품, 의약품 등 추가적 관세 인하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상호 관세가 15%를 초과하는 품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15%의 관세율만 부과되도록 명확히 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넓어졌다는 설명도 있었다. 김 정책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 재건 기회를 충분 활용할 수 있도록 대미 투자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의 유무형 지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한국이 추천하는 한국 기업을 주체로 선정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기로 했다. 또 미국 정부는 각 사업 추진에 필요한 토지 임대, 용수 및 전력 공급, 규제 개선 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국내적으로 민감한 문제였던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선, 김 정책실장은 “농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며 “쌀, 쇠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 추가 시장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역절차에 대한 양국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정도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봤던 기업들도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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