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보다 낮은 20대 임금상승률… 작년 1.6%로 사실상 뒷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3일 03시 00분


고임금 일자리, 장년층 쏠린데다, ‘쪼개기 근로’ 급증 20대에 직격탄
60대와 월급격차 벌어져 17만원… ‘그냥 쉰’ 20대 39만명으로 급증
전문가 “양질 일자리 공급 늘려야”

지난해 일하는 20대의 평균 월급이 전 연령대 중 가장 적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훈풍을 견인하고 있는 60대는 물론이고 70대 고령층보다도 임금이 더디게 올랐다. 그 결과 60대와의 임금 격차도 17만 원대로 1년 새 더 벌어졌다. 20대가 손에 쥔 월급 오름 폭은 전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이들의 소득은 사실상 뒷걸음쳤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 청년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가 사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처럼 임금이 높은 산업에선 장년층 고용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내수 한파로 영세 사장님들 사이에서 ‘쪼개기 근로’가 급증한 것도 20대 월급 오름 폭을 끌어내렸다. 청년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 전체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20대 임금상승률 1.6%… 전 연령 꼴찌

12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취업자가 받은 평균 임금(6∼8월 3개월 평균 기준)은 234만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는 230만3000원을 벌었는데, 이보다 1.6%(3만7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14년(1.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로, 지난해 물가가 2.3% 뛴 것을 감안하면 20대의 지갑이 1년 전보다 더 얇아진 셈이다.

연령별로 비교해 봐도 20대 임금상승률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5.8%)였고 이어 40대(5.6%), 10대(5.3%), 30대(3.9%) 등의 순이었다. 70대와 80대 이상의 임금도 1년 전보다 각각 2.2%, 2.6% 올라 20대보다 월급이 많이 올랐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20대가 고용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 일자리는 6년 만에 가장 적은 폭(5만8000명)으로 늘었다. 주요 기업이 대규모 공개채용(공채)을 없애고 경력직 위주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탓으로 풀이된다. 20대의 대기업 신입 취업 기회가 ‘좁은 문’이 된 셈이다.

전통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에서도 60대 취업자가 20대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에서 일하는 20대 수는 월평균 5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이 기간 6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3000명 늘어난 56만5000명으로, 20대보다 6만 명 가까이 많았다.

● 청장년 임금 격차 17만 원… 늙어가는 고용시장

얼어붙는 소비에 영세 업체 등에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초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20대 월급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주휴수당과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74만2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대의 임금이 사실상 뒷걸음치면서 60대 취업자와의 월급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60대 취업자는 월평균 251만6000원을 벌어 20대보다 17만6000원 더 많이 받았다. 고령층 월급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쭉 20대보다 20만∼30만 원 적었고,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과 2019년엔 1만 원 미만 차이로 20대를 반짝 앞질렀다. 이후 2023년부터는 60대 임금이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아지면서 청년층-장년층 월급 간에 본격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취업 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일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고 ‘그냥 쉰’ 청년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그냥 쉰 20대는 3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명(4.7%)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대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생산과 소비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 혁신, 생산 혁신을 통해 특정 분야에 ‘좋은 일자리’가 쏠리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임금상승률#취업 시장#청장년 임금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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