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인류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선택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4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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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먹거리 위기 속 ‘뜨거운 감자’ 배양육
‘배양육 투자 전문가’ 이사벨 드시트르 ID캐피털 CEO 인터뷰
잠재력 큰 시장, 지금이 투자 적기… 전통 축산업과 공생하면 시너지
한국 배양육 기업 빠르게 성장 중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있어 지금은 ‘세기의 기회(opportunity of the century)’입니다.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미래에) 굶주린 인류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푸드테크 전문 투자 기업인 ID캐피털의 이사벨 드시트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재의 배양육 스타트업 투자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부터 벤처 투자 시장이 냉각되며 배양육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한풀 꺾였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배양육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금은 2021년 18억2000만 달러(약 2조5200억 원), 2022년 상반기(1∼6월) 10억1000만 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하반기(7∼12월)부터 투자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드시트르 CEO는 현 상황에 대해 “너도나도 다 투자를 할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고 본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배양육 기술이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빠른 미래에 배양육 기술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2014년 설립된 ID캐피털은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 스마트 농업 기술 등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개발 중인 기술을 소개하는 IR 피칭 대회인 ‘퓨처 푸드 아시아(FFA·Future Food Asia)’를 론칭하기도 했다. 피칭 대회에서 우승한 기업에는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올해에는 국내 배양육 개발 기업인 심플플래닛이 결선에 진출하게 됐다. 드시트르 CEO는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한국의 푸드테크 기업가들과 만나며 빠른 생태계 발전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배양육 가치 사슬에서 핵심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달 1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올해 FFA에서는 ‘영양 및 포용’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통적인 농업, 축산업과의 ‘공생’이다. 드시트르 CEO는 “배양육에 대한 축산업의 반발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일부는 배양육이 축산업을 위협한다고 믿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전통적인 축산업과 배양육 산업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고기의 성분이나 특성을 잘 아는 기존 축산업자 혹은 가공업자들이 배양육의 성분을 조성하고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시트르 CEO는 “혁신은 언제나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 배양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 과학적 진전이 이뤄진다면 많은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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