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4대 신성장 동력 육성… 부진한 사업은 매각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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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 인터뷰서 밝혀
유통-화학 등 일부 개편 가능성
“전문분야 인력 적극적 모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는 등 향후 경영방침을 밝혔다. 동아일보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는 등 향후 경영방침을 밝혔다. 동아일보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바이오와 2차전지 등 첨단 기술 분야로의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기존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신문 30일 자 인터뷰에서 “몇 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은 다른 회사가 하는 게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앞으로 몇 가지 매각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인터뷰에서 향후 그룹의 4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BT),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2차전지를 꼽았다. 그는 “4개 신성장영역을 정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인재 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 BT를 한다 해도 타사에서 에이스급 인재를 끌어오는 건 어렵지만 한국이라면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일본식 경영으로 외부 인재가 적었지만 새로운 분야는 새로운 인재가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전문 인력을 적극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금껏 자신이 그룹을 키운 방법은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상무로 취임한 이후 이듬해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보하며 에틸렌 제조시설 등을 건설해 사업을 확대했다”며 “백화점과 마트를 운영하면서 편의점이나 주류 사업을 매수하는 등 지금까지 크고 작은 60여 개 회사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롯데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무차입 경영 원칙’을 내세우며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 것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현장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라’, ‘보고만 받고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늘 들었다”고 회고했다. 사람은 습성상 나쁜 정보를 전하지 않을 때가 많아 반드시 사실 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중국에서 고배를 마셨던 점도 언급했다. 앞서 2017년 롯데는 경북 성주군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해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으로 찍히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중국 전역에 100여 개에 달했던 백화점과 마트 등은 현재 거의 철수한 상태다. 신 회장은 “(해외 사업에서) 앞으로는 지정학적 문제를 포함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 지바롯데마린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신 회장은 “사내에 ‘야구단은 돈만 먹는 벌레’라며 매각하라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굉장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단 경영을 잘하면 이익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의 힘은 대단하다”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서도 (야구단은) 롯데그룹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부진한 사업군의 매각을 시사한 만큼 향후 어떤 사업을 정리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신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만큼 전통 주력 사업인 유통이나 화학 분야에서 일부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유통 계열사를 갖고 있는 롯데쇼핑은 최근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 롯데컬처웍스 등에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쇼핑 매출은 2017년 17조9260억 원에서 2022년 15조4670억 원으로 13.7%, 영업이익은 8010억 원에서 3862억 원으로 51.8% 줄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롯데그룹#신동빈#신성장 동력#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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