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은 가상자산 시장, 정부의 ‘투자주의보’는 어떤 종목? [김도형의 돈의 뒷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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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오카네, 머니. 세상 그 누가 돈에서 자유로울까요. 동전도 지폐도. 돈은 뒤집어서 봐도 돈일 뿐입니다. 그래도 돈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그리고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돈의 행간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돈의 뒷면, 오늘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통계를 기반으로 국내의 가상자산 시장을 상황을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해 하반기(7~12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금융당국이 2021년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지난해 3월 처음 내놓은 이래로 세 번째 나온 실태조사 자료입니다.

이 실태조사는 ‘업비트’를 비롯한 원화마켓 사업자와 코인마켓 사업자 등 총 36곳의 가상자산사업자를 조사해서 가상자산 시장전반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인데요.

이미 공개된 자료이고 숫자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긴 합니다만 가상자산 시장의 최근 동향이 어떤지, 주요 포인트를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기사의 제목에 대한 답을 먼저 드리고 가자면, 정부가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특정한 종목에 투자 주의보를 내린 것은 아닙니다만…

금융당국은 세 차례 실태조사를 통해서 늘, ‘단독상장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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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 시가총액·일평균 거래액 모두 급감
우선,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역시 뚜렷한 시장 위축이 관찰됩니다.

실물경제 부진과 루나 사태, 미국 FTX 파산 같은 악재가 겹친 결과로 분석되는데요.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액은 3조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하반기에는 11조3000억 원, 지난해 상반기에는 5조3000억 원였던 거래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거래액은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11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7월 3조6000억 원이던 일평균 거래액이 10월에 2조3000억 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는 1조400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네요.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이런 가운데 국내 거래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기준 19조 4000억 원으로 6월 말(23조 원)에 비해 3조6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대기성 거래자금인 원화예치금도 뚜렷한 감소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원화예치금은 3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5조9000억 원)에 비해 2조3000억 원가량 줄었습니다.

고객 확인 의무를 마친 거래 가능 이용자도 지난해 말 627만 명으로 6개월 만에 63만 명 감소했습니다.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 ‘단독상장 가상자산’ 위험성 지속적으로 경고
금융당국이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독상장 가상자산’입니다.

국내 특정 가상자산 사업자에서만 거래가 지원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지난해 말 389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유통 가상자산 625종 가운데 62.2% 비중인데 이런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전체 시장가치는 1조70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의 첫 실태조사 결과 발표 당시부터 이 단독상장 가상자산 항목을 따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특정 거래소에만 단독으로 상장된 가상자산은 해당 거래소에서 상장을 폐지할 경우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우려가 큽니다.

가상자산 자체가 주식과는 달리 별도의 청산가치를 산정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위험성은 특히 더 클 수밖에 없는 셈인데요.

특히, 625종의 단독상장 가상자산 가운데 132종은 시가총액이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가격변동, 유동성 부족 등 시장 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 시가총액 큰 ‘주류 가상자산’ 투자 비중 높아져
이런 위험성을 국내의 투자자들도 이미 감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분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1년 말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한 비중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 에이다(ADA) 솔라나(SOL) 등 5개 종목, 총 40.4% 수준에 그쳤는데요.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비트코인(BTC) 리플(XRP) 이더리움(ETH) 도지코인(DOGE) 에이다(ADA) 등 5개 종목에 총 55.8%를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비주류 가상자산보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진 것인데요.

실제로 비트코인(BTC)의 경우 2021년 말에 세계적으로는 시가총액의 39.2%를 점유(비트코인 도미넌스)하고 있었지만 국내 이용자들의 투자 비중은 13.6%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에는 이 수치가 각기 39.9%와 20.6%로 조사되면서 격차가 줄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경우 전체 시장가치가 2021년 말에는 6조9000억 원 규모로 분석된 바 있는데요.

당시의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 55조2000억 원에서의 비중으로 보면 약 12.5% 수준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9조4000억 원인 상황에서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전체 시장가치는 1조7000억 원 나타났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단독상장 가상자산에 투자한 비중이 8.8% 수준까지 낮아진 것이네요.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 주식 거래에 비해 높은 거래 수수료 등도 지적
가상자산은 여전히 많은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단독상장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류’라고 평가받는 가상자산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세 변화를 보일지, 어떤 규제들을 받게 될지, 먼 미래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등이 모두 불분명합니다.

블록체인이라는 탈을 쓴 ‘또 다른 튤립’에서부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황금. 혹은 미국의 달러 패권까지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존재까지.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여기에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핵심 업무였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운 존재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가상자산은 기본적으로 투자 대상물로 여겨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주로 금융당국의 몫입니다.

사실 아직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법 체계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금융당국이 매년 두 차례 공들여 내놓는 실태조사는 가상자산 시장의 동향을 살펴볼 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여전히 높은 거래 수수료에 대한 지적, 가상자산 거래중단(상장폐지)의 주요 사유 등에 대한 분석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독자분이라면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의 보도자료가 올라오는 공간(https://fsc.go.kr/no010101)에서 3차례의 실태조사 자료를 직접 살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라고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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