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카드-빅테크에도 입출금 통장 허용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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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오늘 은행 제도개선 TF
종합지급결제업 허용 방안 논의
금융사간 경쟁 유도하려는 취지
은행들 금리-수수료 잇달아 인하

주요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 손보기에 나선 금융당국이 보험사, 카드사, 빅테크 등도 은행처럼 입출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사도 독자적으로 계좌를 발급할 권한을 주면서 금융사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일 오후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를 연다. 지난달 22일 TF 전체 회의가 개최된 지 일주일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은행권의 경쟁 촉진 문제가 주요 과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TF는 우선 기존 은행권뿐 아니라 보험사나 카드사, 빅테크 등에도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허용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도 종지업이 허용되면 앞으로는 카드사 등도 시중은행들처럼 입출금 계좌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록 은행과 달리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는 없지만 상품 주문과 결제, 송금, 각종 포인트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예금 계좌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통해 보험사, 카드사 등이 은행들과 수신 경쟁에 나서고 새로운 자금 조달 통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객들도 보험이나 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보험료나 카드대금 지급을 위해 별도의 은행 계좌를 거쳐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반면 은행들은 핵심 영업 기반인 예금 부문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직접 계좌를 운영하면서 고객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은행과 경쟁하는 대출 영업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쟁 구도 마련을 위해 새로 은행을 인가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며 “기존의 보험사, 카드사, 빅테크 등이 은행들과 경쟁하면서 소비자에게 즉각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소규모 특화 은행 허가, 경영진 보수 환수 조항 마련 등의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논의 기한이 6월 말까지인 점을 감안해 당분간 매주 TF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과도한 이자이익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잇따라 수수료 감면 조치와 취약계층을 위한 금리 인하에 나서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은 2일부터 모바일 플랫폼인 ‘NH올원뱅크’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이달 말부터 취약계층에 한해 이체, 출금, 발급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하나은행은 2일부터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적용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고 이달 중에 ‘햇살론 15’ 대출자를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에 상당하는 금액을 되돌려 주는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보험#카드#빅테크#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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