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말고 내가 지은 집’ 꿈 꺾던 규제 이제 사라진다[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5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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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토부, 건축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 정비
2: 층고 높아지고, 정남향 일조권 기준 적용 가능
3: 단독주택 밀집지역에도 동물병원 운영 허용
4: 심의 통폐합 등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말 홍수를 이룬 부동산 정보 가운데 알짜를 찾아내 그 의미와 활용방안 등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까다로운 건축 규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축주가 적잖다. 사진은 이동식 목조 주택을 짓는 모습이다. 동아일보DB
“집짓다 10년 늙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더군요.”

국내 굴지의 건설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L씨(55세)는 2년 전부터 퇴직 후 거주할 생각으로 수도권에 단독주택 짓기에 나섰다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도 처음부터 집을 지을 생각은 없었고, 기존 주택을 분양받거나 매입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을 돌아다녀도 맘에 드는 집이 눈에 띄지 않자, 용기를 낸 것이었습니다. 30년 가까이 건설회사에서 근무했고 건설자재가격이나 인허가 규정 등 집짓기에 필요한 정보도 잘 안다는 생각도 집 짓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한 이후 부딪히고 좌절해야 하는 일이 수시로 반복됐습니다. 토지를 매입한 뒤 건축 허가를 받는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고,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도 눈 덩이처럼 생겨났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지치게 한 것은 까다로운 건축 규제였습니다. 건축사 사무소에 일임을 했는데도 집주인이 직접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집들이는 언제 하냐는 질문에 L씨는 “때가 되면 알려주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L씨가 이처럼 곤경에 처한 이유는 대형 건설회사 건축공사와 단독주택 짓기는 천지차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탓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업체가 하는 대규모 건축의 경우 공사비 관리나 공정관리를 신탁사가 대행합니다. 또 분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분양보증제도가 잘 정비돼 있고, 안전 준공을 위한 각종의 규제 내지 제도가 구비돼 있기 마련입니다.

반면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다세대 주택 등을 짓는 소규모 건축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제도적인 공사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건축주와 자신의 이익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영세건설업자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공사도급계약 이후 건설회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근거 없는 추가공사비를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한마디로 지뢰밭처럼 골치 아픈 일들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특히 까다로운 건축 관련 규제는 건축주들이 넌덜머리를 내는 대표적인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건축규제는 속성상 깐깐하고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산가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안전이나 환경훼손 등과 같은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잘못 지어진 건축물이 주변경관에 미치는 부작용도 적잖습니다. 다만 정부는 정책 환경이나 사회적 수요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건축 관련 규제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개성적인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집짓기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챙겨야할 정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건축분야 규제개선 방안’(이하 ‘방안’)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번 방안은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심의한 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입니다. 방안은 크게 건축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주요 내용과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정리합니다.

● 규제 완화…3층 단독주택 높이 높아진다
이번 방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조치는 층고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건축물 층고가 높여지고, 일조권 기준도 탄력적으로 운용됩니다.

층고는 현재 앞 건물과 띄우는 거리기준 높이가 정북방향 대지 기준으로 9m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9m 이하면 1.5m, 9m 초과는 건물높이의 2분의 1을 떼야만 합니다. 그런데 거리기준 높이가 앞으로 10m로 1m 높아집니다. (아래 그림 참조)

이번 조치는 층간소음 최소화나 단열성능 강화 등을 위해 층간 두께가 현재보다 두꺼워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3층 높이의 단독주택의 층고를 3.3m로 높여서 지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를 피하기 위해 3층 단독주택의 경우 3층 지붕을 사선형태로 꺾어야 했습니다. 다만 이 조치는 8월부터 시행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3기 수도권신도시에 들어설 단독주택은 앞 주택과 떨어져야할 거리 기준선이 정북향뿐만 아니라 정남향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로 조성되는 주택지구에서 지형에 맞게 다양한 모양의 도시경관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올 1월부터는 단독주택 옥상 등에 설치할 발전설비로 태양에너지뿐만 아니라 풍력에너지 관련 시설도 허용됐습니다. 그동안은 태양에너지 관련 설치 기준만 제시돼 있어서 풍력에너지 시설은 어려웠습니다. 다만 안전을 위해 높이가 5m 이상이면 공작물 축조신고를 한 뒤에 설치해야 합니다. 또 내진설계와 내풍설계 확인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 규제 완화…단독주택 밀집지역에 동물병원 설치 가능
건축 용도 규제도 완화됐습니다.

면적이 300㎡ 이하인 소규모 동물병원과 동물미용실은 1종 근린생활시설로 인정돼 단독주택만이 들어설 수 있는 전용주거지역에도 허용됩니다. 현재 동물병원은 2종 근생시설로 분류돼 일부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만 설치가 가능했습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 소규모 동물병원이나 동물미용실이 1종 근린생활시설로 인정돼 단독주택밀집지역에도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사진은 도심 주택가에 위치한 동물병원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조치는 최근 반려동물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관련 시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입니다. 정부는 관련 법령(건축법 시행령)을 상반기 중 개정할 방침입니다.

코로나19 등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택배수요 처리를 위해 도심 주택가에 설치 가능한 500㎡ 미만의 주문배송시설이 2종 근생시설로 추가됩니다. 일종의 ‘택배창고’가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에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시행시기는 빨라도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회에서 ‘물류시설법’ 개정안을 심사 중이며, 물류창고업 관리지침 등에 대한 후속 개정 작업은 연내 추진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도 대규모 기숙사를 건설 운영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여기에는 학생이나 근로자 이외에 일반인도 입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숙사는 잠자는 공간은 따로 두고, 세면장, 식당, 주차장 등 나머지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지하철 역세권 이면도로에 위치한 꼬마빌딩 등을 이용한 시설개조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실제 시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건축법 시행령은 24일 개정 공포됐습니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법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간임대특별법’) 시행령 개정작업이 하반기로 예정된 상태입니다.

● 규제 완화…오피스텔에 어린이집 설치 허용
앞으로 오피스텔에 어린이집이나 경로당과 같은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 위치한 오피스텔 단지이다. 동아일보 DB
오피스텔은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 업무시설이지만 주거 목적으로도 이용이 가능한 시설입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2021년 11월부터 120㎡까지 온돌 설치도 허용됩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입주민 지원시설인 어린이집 경로당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이를 수용해 어린이집 등을 오피스텔의 부속용도시설로 명시하기로 했습니다. 오피스텔 내부에 자유롭게 용도 등을 변경해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상반기에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이 진행됩니다.

새 아파트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단지에도 ‘다함께돌봄센터’가 설치됩니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위해 지자체가 설치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현재는 2021년 1월 이후에 지어진 500채 이상 아파트 단지에 설치가 가능하며, 용적률 규제도 완화됩니다. 앞으로 기존 아파트라도 다함께돌봄센터를 설치할 수 있고, 이 경우 용적률도 추가 허용됩니다. 시행시기는 올 상반기 이후입니다.

고령자나 임산부 등이 건물 옥상 등으로 오갈 때 사용할 승강기 설치가 허용됩니다. 그만큼 노약자의 옥상 출입이 쉬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는 건축연면적을 산정할 때 제외하는 시설물에 옥상 출입용 승강기는 제외돼 있었습니다. 관련 규정은 올 상반기 개정될 예정입니다.

● 절차 간소화…중복 규제 통폐합되고, 그림자 규제 모니터링 강화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건축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통해 ‘건축행정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사진은 항공촬영한 서울시내 전경. 동아일보 DB
건축 심의와 인허가 절차 등도 대폭 간소화되는 등 개선됩니다.

우선 건축법에 따른 건축위원회 심의와 경관법에 따른 경관위원회 심의가 건축주가 원한다면 통합 처리됩니다. 건축물 사용승인을 신청하면 기계설비법에 따른 기계설비의 사용 전 검사도 별도 신청 없이 처리하도록 행정절차가 줄어듭니다.

규제 철폐를 위한 모니터링과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도 늘어납니다. 상위 법령의 위임근거 없이 지침 등의 형태로 운영되는 건축 관련 ‘그림자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통한 조사와 분석 작업도 진행됩니다.

지자체에 설치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의 의무 배치인력 자격요건이 건축구조기술사에서 건축시공기술사까지로 완화됩니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건축물 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치되는 조직입니다.

건축물 정보를 담고 있는 건축물대장의 기재항목도 개편됩니다. 건축물 소유가 가능한 최소 단위까지 구분이 가능하도록 사용승인 때 동, 호 단위로 건물 고유 식별번호(ID)를 부여하고 건축물대장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번 조치는 건축물 정보를 활용한 프롭테크 등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프롭테크는 프로퍼티(부동산자산)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로, 부동산 관련 정보기술(IT)업체를 의미합니다.

이밖에 건축물 배치도나 평면도 등 도면의 발급이나 열람자를 해당 건축물 소유자나 거주 임차인뿐만 아니라 사무소·상가 임차인 등 모든 임차인도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끝>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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