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0년 만에 적자…메모리 부진에 ‘어닝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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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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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7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업황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수조원대의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은 7조6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3분기(-151억원)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실적은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8조1166억원, 영업손실 1조210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약 4000억원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5000억원가량 늘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 스마트폰·PC 등 IT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당 제품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 비메모리 등 사업이 분산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의 메모리 비중이 95%(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본격화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가격 하락도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월보다 18.1% 하락했다. 지난해 1월(3.41달러)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반토막 수준이 됐다. 1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가격도 4.14달러로 전년 동기(4.81달러)보다 14%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해 매출 성장세는 이어졌으나 하반기부터 반도체 다운턴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회사는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시장에 집중해 업황 악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전망치 집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4조97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1분기 2조4480억원, 2분기 2조89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올해 연간 7조5470억원의 적자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SK하이닉스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들어갔으며, 내년 투자 규모도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는 등 고강도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요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메모리 업체들이 적극 감산에 돌입하고 신규 투자도 줄이면서 공급이 수요를 밑돌아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 측은 “IT 기업들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의 사용량을 늘리면서 점진적으로 시장 수요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 역시 다운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2023년 전체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실적발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DDR5·LPDDR5, HBM3 등 주력제품 양산과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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